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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주머니

한국사능력시험 40회 고급 만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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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있었던 한국사능력시험 40회 고급에 응시했다.

 

난이도는 대체로 무난했던 것 같다. 주어진 시간은 80분인데 평소에 기출문제를 풀 때는 30분 안에 끝내는게 습관이 돼서 너무 빨리 풀면 남은 시간에 뭘 해야 할지 걱정이 됐다. 그래서 각 문제마다 선지 옆에 간단하게 사건 이름이나 인명, 연도 같은 것을 적어가면서 천천히 풀었다. 중간에 헷갈리는 문제를 하나 스킵해두고 50번까지 OMR 카드에 마킹할 때쯤 벌써 시험을 끝낸 사람들이 하나둘씩 교실을 나가기 시작했다.

한 문제가 정말 골치 아프게 만들었다.

 

주어진 <양직공도>에서 '마한의 족속', '담로'가 나오는걸 보면 백제가 확실했다. 다섯 개의 보기 중에 백제 유물을 고르면 되는 것이다. 소거법으로 일단 확실하게 아닌 것부터 제거해나간다. 2번은 고구려의 '연가 7년명 금동여래입상'이고, 5번은 신라 천마총에서 출토된 '천마도'다. 4번도 기출문제나 책에서 가야 금관으로 본 기억이 있어서 제외했다.

 

그렇다면 남은 선택지는 1번 아니면 3번이다. 그나마 1번은 어디선가 본 것 같은데 3번은 아무리 생각을 해보고 또 해봐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보통 금으로 만들어진 유물은 가야 아니면 신라인 경우가 많기도 하고, 무령왕릉의 진묘수인듯 싶어 1번으로 찍으려고 했는데 이번에는 1번이 마음에 걸렸다. 시험 시작 전에 교재를 빠르게 넘겨보면서 특히 그동안 약했던 문화재 파트를 좀 더 주의깊게 봤다. 그 때 무령왕릉 파트에 있던 진묘수는 저것보다 더 납작하게 생겼던 것 같은 기억이 어렴풋하게 떠올랐다. 그럼 저건 뭐지. 혹시 발해 정효공주묘에서 나온 석상이 아닌가 싶었다. 그럼 3번은 뭐지. 떠오르는게 없었다.

 

게다가 6번과 7번 문제 답도 3번을 골랐다. 같은 답이 3연속으로 나오면 뭔가 불안해지는건 객관식 시험을 보는 사람이라면 모두 느껴봤을 것이다. 게다가 9번부터 11번 문제까지는 답이 다 2번이었다. 아예 몰랐으면 좋았을텐데 그걸 깨닫고 나니 더욱 혼란스러웠다. 이 과정이 10분 넘게 반복됐다. 점점 남은 시간은 줄어들고 교실에 응시자는 나를 포함해 두 명 뿐이었다. 뭐든 결단을 내려야 했다. 3번의 정체는 도무지 알 수 없었지만 1번은 아무래도 아닌 것 같아 정말 에라 모르겠다 하는 심정으로 3번에 마킹하고 답안지를 제출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기분이 찜찜했다. 8번을 제외한 나머지는 거의 문제를 보자마자 바로 답이 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혼동의 여지가 별로 없었다. 어쩌면 만점을 받을 수도 있었는데 그 기회를 놓친 것 같아 너무 아쉬웠다.

 

일단 집에서 느긋하게 점심을 먹고 답안이 오후 3시에 한국사능력검정시험 홈페이지에 올라온다고 해서 기다리고 있었다. 생각보다 답안이 빨리 올라와서 두근거리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채점을 해보는데... 세상에 8번 문제 정답이 3번이었다! 교재를 뒤져보니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진묘수 옆에 사진이 떡 하니 있었다. 금제 관 장식이라나. 1번도 발해 유물이 맞았다.

 

가장 큰 고비를 넘겼지만 예상치 못한 데서 오답이 나올까봐 계속 조마조마했다. 이럴 때 틀린 답이 나오면 충격이 더 크기 때문이다. 한 장 한 장 조심스럽게 넘기고 마지막 페이지의 답을 확인하고 나서야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학원강의 없이 다소 미련하게 공부하느라 시간과 노력을 많이 들였는데, 그래도 이렇게 만점이라는 결과로 돌아와서 기쁘다. 공부했던 과정 같은 것은 다음에 기회가 되면 포스팅하기로 하고 오늘은 일단 무조건 즐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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