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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주머니

2년 만의 턱걸이, 소확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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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밤, 친한 동생과 가양대교 남단에서 한강공원을 찾아헤매다가 꽤 괜찮은 운동코스를 발견했다. 하체에 부담없이 걷거나 달릴 수 있도록 산책로 바닥에 우레탄이 깔려있고 중간중간에 철봉과 평행봉, 푸쉬업바 같은 것들이 있어 운동하기 딱 좋은 곳이다. 이 더운 여름 밤 9시가 넘은 시각에도 남녀노소할 것 없이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이용하고 있었다.



군대에 있을 때 턱걸이를 참 열심히 했다. 처음엔 한 두개 밖에 못하다가 조금씩 늘려가는 재미에 푹 빠졌다. 한창 많이 할 때는 13개까지 했는데 운동효과도 좋을뿐더러 성취감도 느낄 수 있었다.



전역하고나서 한 두 번 해봤던 걸 제외하면 몇 년간 잊고 있었는데 일본에서 돌아온 후로 그동안 못 먹었던 음식을 닥치는대로 먹다보니 점점 살이 쪄서 어느새 인생 최고의 몸무게를 찍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하루에 만 보 걷기를 시작하긴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해서 근력운동을 병행하고 싶었다. 피트니스 클럽은 당분간 다니기 어려울 것 같고 오랜만에 턱걸이 생각이 났다. 그래서 집 근처 공원을 물색해봤는데 철봉이 있는 곳은 단 한 군데도 없었다. 요즘 공원마다 철봉을 없애는 추세인건지 대신 중장년층을 위한 소프트한 운동기구만 있는 곳이 많았다.



아쉬워하던 차에 이 곳을 발견하게 돼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반가운 마음에 간단하게 목과 어깨 스트레칭을 해주고 제일 높은 봉에 점프해서 매달렸다.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높아서 매달려있는 것조차 버거웠다. 손의 땀 때문인지 봉도 미끄러웠다. 자세는 제대로 안 나왔지만 어떻게든 3개까지는 성공했다. 한참을 쉬고 나서 다시 2개까지는 했지만 힘들어서 다시 걷기 시작했다. 조금 더 가니 철봉이 또 나타나서 이번엔 언더핸드 그립으로 2개까지 했지만 한계에 부딪혔다.



정작 찾았던 한강시민공원 진입로는 공사 때문에 막혀서 갈 수가 없었다.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발걸음을 돌려야했다. 그래도 도란도란 수다를 떨면서 충분히 걸었고, 이렇게 운동하기 좋은 장소를 발견한 것도 대단한 수확이다.



그러고보니 이 날은 반가운 사람을 만나 저렴한 맛집에서 맛있는 저녁식사를 했고, 처음으로 설빙에 가서 인절미빙수를 먹었다. 헤어진지 6년 만에 훈련소 동기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요즘 '소확행'이란 말이 많이 쓰이고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필 <랑겔한스섬의 오후>에서 비롯되었으며 '일상속에서 느낄 수 있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가리킨다. 소확행이 하루에 한 번 만 있어도 그 날은 꽤 괜찮은 날일텐데, 이렇게 좋은 일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 경우는 아마 흔치 않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2018년 8월 5일의 나는 행복했다고 단언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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