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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미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환상을 가져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저 역시 그런 이들 가운데 한 사람이구요. 스크린과 TV를 통해 본 미국은 대체로 희망으로 가득 찬 나라이고, 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발달한 세계 최강대국이며, 누구에게나 기회가 열려있는 밝은 이미지의 국가인 것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특히  제 경우는 NBA나 MLB, NFL 같은 미국 스포츠를 즐겨보기 때문에 '미국에 사는 사람들은 얼마나 행복할까'하고 부러워했던 적도 종종 있습니다.


최근 몇 년간 미국의 독선과 오만으로 일어난 여러 국제적인 사건들, 가령 911 테러나 이라크 전쟁 등을 통해 미국의 실상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만 해도 이는 국가를 움직이는 위치에 있는 일부 정치인들의 그릇된 사고와 태도에서 비롯된 것으로만 생각했지요. 그러나 <미국이 감추고 싶은 비밀 50가지>을 통해 본 미국의 현실은 너무나도 심각했습니다.  


시민보다는 돈을 생각하는 정치인들, 돈으로 정치인을 조종해 자신들에게 유리하도록 정책을 만드는 기업들의 부패한 연결관계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사회 여러 분야에 걸쳐 광범위하게 형성되어 있었습니다. 그로 인해 피해를 보는 것은 오로지 평범한 시민들 뿐이었죠. 차라리 우리나라는 아직 정의가 살아있고 여론을 통해 정부의 잘못된 정책에 대한 견제가 가능하지만, 미국은 이미 시민들이 요구해서 시정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듯 합니다.  


비단 정치뿐만이 아니라 미국에는 해결이 도저히 불가능해 보이는 문제가 산적해있네요. 마냥 부러워했던 스포츠 문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월급 인상률은 거의 제자리걸음 수준인데 스포츠 관람을 위해 드는 비용은 매년 상승하고 있고, 집에서 TV로 중계방송을 보려고 해도 돈이 없으면 보고 싶어도 볼 수가 없는 나라가 미국이었습니다. 한 사람당 만 원도 안 되는 비용으로 직접 경기를 지켜볼 수 있고, 그게 싫으면 집에서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편안하게 TV로 시청할 수 있는 우리가 오히려 복받은 사람들이었네요.


또한 20년, 30년마다 새로운 경기장을 짓는 미국의 스포츠 팀들이 많아 그 또한 우리의 현실과 비교해 부러워했던 점 가운데 하나입니다. 하지만 그마저도 구단들이 지갑을 열어 짓기보다는 연고지를 옮기겠다는 식으로 주지사, 시장 등을 반협박해 시민들의 피같은 세금으로 짓게 해 손 안 대고 코풀듯 경기장을 만들어내는걸 보면 무섭기까지 합니다. 그래놓고는 입장료를 올려받고 갖은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해 돈을 빨아들이니 시민 입장에서는 자기가 돈내고 경기장 짓고, 또 경기를 보러가서 돈을 써야하는걸 보면 참 불쌍하지 않을 수가 없군요.


우리나라도 여러가지로 서서히 미국을 닮아가고 있는터라 이 책 속의 불행한 현실이 남의 나라일 같지 않습니다. 심층적인 분석을 하지 못했다는 단점이 있는 책이지만, 미국의 현주소를 알고 싶은 분, 우리나라의 밝은 미래를 원하는 분들께 <미국이 감추고 싶은 비밀 50가지>를 권하고 싶네요.

미국이 감추고 싶은 비밀 50가지 - 10점
최성욱
Posted by 턴오버


일본 문화를 즐기는 유학생이던 김지룡을 문화평론가로 변모하게 한 작품입니다.


전에 <인생 망가져도 고!>에서 김지룡씨에 대해 간단하게 언급했지만, 공부한답시고 일본에 갔다가 아르바이트 아니면 노는 것으로 수 년을 보낸 사람입니다. 하지만 무작정 놀았던건 아니었습니다. 그는 일본의 만화책, 애니메이션, 게임, 드라마, 영화 등을 섭렵하며 일단 언어를 익혔습니다. '외국어를 가장 빠르게 배우는 방법은 그 나라의 문화를 접하는 것'이라는 말이 있지요. 그 말을 몸소 실천하며 일본어를 배우고 일본의 온갖 문화를 접하면서 일본 대중문화에 대한 안목을 키워나갔습니다. 그리고 나중에는 일본의 문화를 역사, 사회, 경제 등 여러 분야와의 관계를 통해 바라보는 경지에 이르게 됩니다. 그런 그가 1998년에 쓴 책이 바로 <나는 일본 문화가 재미있다>입니다.


이 책은 당시 일본 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곤스에서 활약하던 선동열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하지만 다른 책처럼 야구 이야기 혹은 한국인의 자긍심 이야기만 하다가 끝나는게 아닙니다. 일단 주니치, 그리고 주니치가 원수처럼 생각하는 요미우리 자이언츠(이하 교진) 두 팀의 관계를 통해 간토-간사이 사람들에 대해 언급합니다. 여기까지는 평범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요미우리에 대한 언급에서부터 이야기는 점점 확대됩니다. 교진팬이 압도적으로 많은 이유를 언론, 경제와 연결시켜 설명하고, 끝에 가서는 각팀을 일본 정당에 빗댄 얘기를 소개하는데, 이게 또 꽤 그럴듯 합니다.


전에 이규형씨가 쓴 <J.J가 온다>에 대해서도 소개한 적이 있는데, 둘 다 똑같이 일본 문화를 우리나라에 알리는 것을 주제로 하고 있지만, 이 책과 이규형씨 책의 가장 큰 차이점은 평론이 존재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있습니다. <J.J가 온다>의 경우는 단순히 일본의 문화 자체를 소개하는 것에 그치는 반면, 이 책은 문화와 역사, 사회, 경제 등 여러 분야와의 관계, 장단점, 문화의 시작과 발전과정, 그리고 미래 등을 작가가 자신의 지식과 생각을 기반으로 써내려간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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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저처럼 볼줄만 알지 사고력은 결여된 사람은 도저히 쓰기 힘든 책입니다. 김지룡씨는 작가로서 썰을 풀어나가는 능력도 대단하지만, 그에 앞서 일본 문화에 대한 방대한 지식, 독특한 접근법과 다양한 관점, 그리고 날카로운 평론가로서의 능력이 있기에 이런 책을 쓸 수가 있었던게지요. 더군다나 이 책이 11년 전에 나왔다는 것을 감안하면 더 좋은 점수를 줄 수밖에 없네요. 하여튼 부러운 능력자입니다.


올해 들어서만 김지룡씨 책을 벌써 세 권이나 읽었네요. 그만큼 재미도 있고 내용도 좋다는 뜻이 되겠습니다.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제 입맛에는 딱 맞는 작가군요.
Posted by 턴오버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금융회사에 근무한 경력이 있는 김지룡씨. 한국의 최고 명문대를 나왔다는 사실에 대해 엘리트 의식이 있을 법 하지만, 그는 자신이 원하는 삶을 즐기기 위해 미련없이 회사를 그만두고 일본으로 건너가 백수나 다름없는 생활을 했습니다. 이후 세상의 질서에 순응하며 살기보다는 뚜렷한 자기만의 주관을 갖고 살아가고 있는 사람입니다.


이 책은 그가 경험하고 느끼며 어느새 인생철학으로 자리잡게 된 것을 정리한 것입니다. 읽다 보면 '뭐 이런 인간이 다 있어?'하는 생각이 듭니다. 보통 이런 류의 책이라는 것은 자신의 과거 경력이라든지, 자신은 이렇게 대단한 사람이라는 것을 피력하기 위해 쓰는 경우가 대부분일겁니다. 그렇게 때문에 남에게 털어놓기 부끄러운 일, 자신의 어두운 단면은 대체로 부득이했다는 식으로 넘어가든지 아예 숨기는 법입니다. 하지만 그는 뻔뻔스럽게도(!) 모든 치부를 숨김없이 드러내고 오히려 그것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용하기까지 합니다. 그럴 때면 어느새 '와, 이 사람 천잰데?'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김지룡이라는 이름을 들어본 것은 이미 몇 년이 됐지만 그저 평범한 문화평론가이겠거니 하고 생각했는데, 그의 책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진가를 알고 난 후로는 '왜 이제야 그를 알게 됐을까'하는 후회를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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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그는 시력이 좋아 안경을 쓰지 않아도 되고 수염은 그저 깎는게 귀찮아서 길렀을 뿐인데, 출판사 측에서 독자들에게 신뢰감을 주기 위해 도수 없는 안경도 씌우고 수염도 그대로 기르게 했다는군요. 김지룡씨 본인도 그게 자기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 유리할 것 같아 그대로 따르고 있다고 합니다. 다른 사람이라면 이런 얘기를 잘 안 할텐데 하여튼 신기한 사람입니다.


지극히 평범한 20대의 삶을 살고 있는 저로서는 한없이 자유분방하게 인생을 즐기는 그가 그저 부러울 따름입니다. 물론 그에게도 나름의 고충이 있었겠지만요.


모두가 성공을 위해, 부와 명예를 위해, 혹은 그저 치열한 경쟁사회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처절한 싸움을 펼치는 데 혈안이 되어 있는데, 이들과 거의 정반대의 삶을 살고 있는 김지룡씨, 그리고 이 책을 늦게나마 알게 되어 참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경제위기 후 대형서점에 가보면 처세술에 관한 책이 베스트셀러 순위에 올라 있는 경우가 부쩍 늘었습니다. 어떤 내용인가 싶어 대충 살펴보면 대부분 뜬구름 잡는 얘기에 그 책이 그 책 같아 별 차이도 느끼지 못하겠을 뿐더러 과연 이 책이 살아가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될지 의문이 가는 경우가 한 두 번이 아닙니다. 그런 책들과 비교하면 이 책이야말로 앞으로의 삶에 피가 되고 살이 될 이야기들로 가득차 있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Posted by 턴오버

비록 10일 간의 휴식을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갔지만, 전보다는 비교적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시간이 생겨서 그동안 읽지 못했던 책을 하나둘씩 보기 시작했습니다.


저에게는 생소하지만, 1980년대의 흥행작 <미미와 철수의 청춘스케치>, <어른들은 몰라요> 등의 감독으로 잘 알려진 이규형씨가 다년간 일본에서 생활하며 접한 일본의 대중문화를 이야기한 책입니다.


이 책이 출판된 것은 1998년인데요. 그전까지만 해도 우리 정부는 반일 정서와 불건전함(?)을 이유로 일본의 대중문화에 대한 정식 개방을 보류하고 있었죠. 볼 사람들은 '해적판' 등 음성적인 경로를 통해 다 접했습니다만. 아무튼 정부가 단계적으로 일본 문화 수입을 허용하기로 한 상황에서 일본의 대중문화를 소개하고, 우리의 대중문화가 일본의 그것과 경쟁할 때 어떤 결과가 나타날지 예측한 것이 흥미롭습니다.


사실 이 책은 예전에도 대충이나마 두어 번 읽은 적이 있습니다. 다만 그때는 기본적인 배경지식이 없는 상태였던터라 머리에 그다지 남는 것이 없었는데, 한 2년 정도 일드를 열심히 보고 배우나 가수에 관심을 기울인 결과 내용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군요.


이번에 다시 한 번 보면서 몇 가지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네요. 지금은 드라마하면 '게츠쿠'로 유명한 후지TV지만, 당시까지만 해도 드라마로 유명했던 방송국은 TBS였군요. 그리고 그저 평범한 중년배우라고 생각했던 스가와라 분타가 왕년에 잘나가는 액션배우였다는 것도 처음 알았습니다.


아울러 10년이 지난 현재 책에 소개된 연예인 인기의 판도가 바뀌었다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아무로 나미에, 나카야마 미호, B'z 등은 현재 활동이 뜸한 상태군요. 유명세를 탔다는데 저로서는 처음 보는 사람들도 많구요. 물론 SMAP처럼 그때의 인기를 현재까지 잘 유지하고 있는 경우도 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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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영화감독이었던 이규형씨는 이후에도 일본의 대중문화 등 일본과 관련된 서적을 계속 집필하면서 베스트셀러 작가로 변모했습니다.


일본의 대중문화가 우리나라에 들어온지 이제 10년이 된 2009년 현재 일본의 대중문화는 게임과 애니메이션, 소설을 제외하면 그다지 큰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로 인해 빠져나가는 외화가 막대하긴 합니다만.


오히려 연예계는 배용준을 비롯한 배우와 보아 등의 가수가 일본에서 성공을 거두며 한류 열풍을 불러일으켰고, 비록 30대 이상의 여성이 주 구매층이지만 음반과 사진집, 영상물, 광고 등을 통해 많은 수익을 얻고 있죠. 또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구요.


반면 코믹한 캐릭터로 한국 가요계를 노크했던 초난강(쿠사나기 츠요시)이 처참하게 실패했고, 영화는 일본 대중문화 개방 초기에 <러브레터>나 <쉘 위 댄스>가 어느 정도 흥행에 성공했지만 이후 일본에서 많은 관객을 불러모았던 작품들조차도 50만 관객 동원이 힘겨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현재 한류 열풍이 점점 식어가고 있다지만 게임, 애니메이션은 일본이 압승하고 드라마와 영화, 음악은 우리가 우위를 점하는 구도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듯 합니다.

Posted by 턴오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