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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이야기

<프로듀스 48 최종회> 진정한 주인공은 이채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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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듀스> 시리즈에서 1등의 이름이 먼저 불리고 살아남게 되는 마지막 등수가 발표되는 것은 늘 당연시되어 왔다. 오늘까지 네 차례 있었던 <프로듀스 48>의 순위발표식에서도 커트라인 등수의 주인공은 항상 마지막에 호명됐다.

 

하지만 어제만큼은 마치 안준영 PD가 최종회의 마지막 순간을 더욱 극적으로 연출하기 위해 일부러 이렇게 각본을 썼다고 해도 믿을 법한, 아주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새로운 글로벌 아이돌 아이즈원(IZONE)의 멤버가 결정된 최종 순위발표식은 가장 먼저 호명된 11위 김민주(얼반웍스)를 시작으로 파란에 파란이 이어졌다.

 

1위가 발표되고 마지막에 12위 후보로 한초원(큐브), 미야자키 미호(AKB48), 이채연(WM), 이가은(플레디스)의 모습이 4분할로 스크린에 떴을 때 각 연습생들의 표정이 시선을 끌었다.

프로듀스48최종 순위(출처: 엠엘비파크)

한초원은 긴장감을 완전히 감추지는 못했지만 대체로 초연한 모습이었고, 데뷔가 간절했을 이가은은 애써 태연한 표정을 지으려고 애썼지만 간절함이 얼굴에 묻어나왔다. 미야자키 미호 역시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고, 이채연은 탈락을 예감한듯 벌써부터 눈시울이 붉어졌다.

 

사실 3차 순위발표식 때의 순위(3위), 9회 이후 그에게 긍정적이었던 편집 방향, 인터넷 투표에서 1위에 올라있다거나 선두를 다투고 있다는 출처 불명의 스포일러들까지 고려했을 때, 이채연이 마지막 4분할 화면에 등장한 것은 참으로 뜻밖이었다.

 

10위 김채원(울림), 9위 혼다 히토미(AKB48), 8위 강혜원(에잇디), 7위 권은비(울림), 6위 야부키 나코(HKT48)가 호명됐을 때만 해도 충분히 5위 안에 안착할 줄 알았지만 안유진(스타쉽), 최예나(위에화), 조유리(스톤뮤직)의 이름이 차례대로 발표되고 1위는 장원영(스타쉽), 2위는 미야와키 사쿠라(HKT48)로 확정되면서 이채연에게는 피말리는 시간이 이어졌다.

사진 출처: 엠엘비파크

15위로 미야자키 미호, 14위에 이가은이 호명될 때까지도 이채연은 그저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2013년 SBS의 <K팝 스타>, 2015년 엠넷의 <식스틴>에서도 중도에 탈락하는 아픔을 겪어서였을까. 이채연은 거의 포기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였다. 그토록 바랐던 데뷔 일보직전에 좌절을 겪는다면 그 이상 잔인한 일은 없을 것이다.

 

모두가 눈과 귀를 기울이고 있던 순간 국민프로듀서 대표 이승기가 'WM 이채연 연습생'을 외쳤고, 이채연은 그렇게 아이즈원의 마지막 멤버로 합류할 수 있었다.

 

이채연은 호명된 순간 자리에 주저앉아 울음을 터뜨렸다. 그 눈물에는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과도 같았던 연습생 생활을 마치고 드디어 꿈을 이룬 기쁨도 담겨있었을 것이고, 그동안 겪었던 마음의 상처도 녹아있었을 것이다.

 

너무 울어서 쉽게 말을 잇지 못하는 와중에도 이채연은 지금까지 자신을 응원해주고 가르쳐준 이들에게 감사를 표시했고, '지금 이 마음가짐 그대로 좋은 에너지를 줄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아이즈원(IZONE) 이채연아이즈원(IZONE) 이채연(출처: 엠엘비파크)

개인적으로 <식스틴>을 본 사람 입장에서 이채연이 꼭 데뷔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었지만, 최종 투표에서는 다른 연습생을 살리느라 이미 안정권이라 생각했던 이채연에게 표를 던지지 못했다. 만약 그가 탈락했다면 미안한 감정이 꽤 오래 지속될 것 같았는데, 극적으로 아이즈원의 멤버가 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콘셉트 평가 과정에서 리더로서 활동하던 모습, 사적인 친구가 없다던 미야와키 사쿠라가 그토록 그의 데뷔를 바랐고 또 그가 호명되는 순간 미야와키 자신의 이름이 불리웠을 때보다 더 기뻐하며 눈물을 흘렸던 점, 다른 모든 연습생들이 그의 데뷔를 축하하며 감동의 물결을 자아낸 점 등을 생각하면 이채연은 실력도 뛰어나지만 100일 넘게 함께 한 <프로듀스 48> 참가자들 사이에서 인간적으로 좋은 인상을 남긴 사람이었나보다.

 

이채연처럼 실력과 인성을 겸비한 사람을 응원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지금까지 힘든 시간을 이겨낸만큼 데뷔를 계기로 자신감을 되찾아서 그동안 보여주지 못한 끼를 마음껏 펼치고 앞으로 꽃길만 걷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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