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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이야기

<프로듀스 48> 안준영 PD에 가려진 흑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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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듀스> 시리즈는 시청자들에게 국민프로듀서라는 거창한 이름을 부여하고, 거대한 팬덤 앞에서는 한 줌에 지나지 않을 나의 한 표가 마치 엄청난 무게를 지닌 것처럼 홍보하고 있다. 그 사실을 알든 모르든 시청자는 자신이 지지한 연습생을 데뷔시키기 위해 최종적으로 순위가 발표될 때까지 투표를 계속 해나갈 것이다. 이렇듯 투표라는 방식을 통해 시청자의 참여를 유도하는 것은 새롭게 태어날 아이돌 그룹이 데뷔하기 전부터 화제를 불러일으킴과 동시에 팬덤을 미리 확보하기 위함이다. 그 효과는 시즌 1의 아이오아이(I.O.I), 시즌 2의 워너원(Wanna One)을 통해 여실히 증명된 바 있다.

 

이 프로그램의 메인 프로듀서를 맡은 안준영 PD는 <프로듀스 101> 시즌 1부터 메인 프로듀서를 맡아 현재까지 자신의 프로그램을 아주 성공적으로 이끌어오고 있는 인물이다. 그는 프로그램의 흥행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기로 악명높다. 자기가 갖고 있는 편집권을 200% 활용해서 참가자를 띄우기도 하고 나락에 빠뜨리기도 한다. 화제성이 낮아보인다 싶은 참가자는 실력 불문하고 분량을 주지 않음으로써 자연스럽게 적은 표를 받도록 만들고 있다.

속보로 발표된 중간순위

 

이는 매 시즌마다 논란이 됐고, 시즌 2 때는 내 주변만 해도 'PD 뚝배기 깨고 싶다'는 여인네들이 꽤 있었다. 그러면서도 주변 지인들을 총동원해 지지하는 멤버에게 투표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즉, PD는 욕을 먹지만 투표수는 올라가는 현상, 그게 이번 시즌에도 똑같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주에는 그동안 하지 않았던 중간순위 공개를 기습적으로 감행해 시청자들의 비난을 한몸에 받고 있다.

 

하지만 안준영 PD 한 사람만이 악의 축일까. 안 PD 혼자 단지 높은 시청률을 뽑아내자고 있는 욕 없는 욕 다 먹어가며 악마의 편집을 일삼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정말 안 PD 개인이 총애하는 멤버들을 데뷔시키려고 편집권을 마구 휘두르고 있는걸까. 안 PD가 욕먹는걸 즐기다 못해 하루라도 욕을 먹지 않으면 견디지 못하는 변태가 아닐 것이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가정 하에 혹시 배후에 또다른 흑막이 있는건 아닐까, 하는 상상의 나래를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펼쳐본다.

 

<슈퍼스타 K>로 대표되는 기존의 오디션 프로그램은 일반인 개인 혹은 팀이 참가해서 거듭되는 경연을 통해 마지막회에서 우승자를 가리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 때 프로그램이 끝난 후 우승자가 어떤 길을 갈지 선택하는 것은 전적으로 우승자에게 달린 몫이다. 보통의 경우 기획사를 선택함과 동시에 이해관계자가 발생하게 된다.

아키모토 야스시

 

그런데 <프로듀스> 시리즈는 여러 소속사의 연습생들이 모여서 겨루는 방식에서부터 이전의 오디션 프로그램과 차이를 보이고 있다. 처음부터 이해당사자가 있는 상태에서 시작하게 되는 것이다. 최종적으로 살아남은 멤버들을 그룹으로 만들어 약속된 기간동안 매니지먼트를 담당할 기획사 또한 이해관계자에 포함된다. 이번 <프로듀스 48>은 완성될 그룹의 프로듀싱을 담당할 한성수, 아키모토 야스시까지 추가된다. 아직 누가 멤버로 뽑힐지도 모르는 그룹에 벌써부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관여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에게는 프로그램의 성공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멤버구성이 어떻게 이루어질 것인지가 현재 가장 큰 관심사일 것임에 틀림없다. 누가 멤버로 뽑히냐에 따라 새로운 그룹의 성패가 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성공과 실패 여부는 앞으로의 활동에 달려있다고는 해도, 적어도 시작부터 한계를 안고 출발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여기서 한계란 무엇일까. 나는 이해관계자도 아니고 '그들'의 마음 속에 들어갔다 나온 것도 아니지만 '그들' 입장에서 중간순위를 통해 답을 추측해보고자 한다.

 

먼저 '그들'은 데뷔권 12명 가운데 한국인과 일본인이 정확히 6대6으로 갈리는 것부터가 불편했을 것이다. 한국에서 활동할 때는 12명 모두가 신인이나 다름없다. 대부분의 한국인 연습생들은 물론이고 평소에 일본 문화에 별 관심이 없던 사람들에게는 일본인 멤버들이 생소하게 느껴질 것이다. 때문에 일본인이 몇 명이 있든 상관이 없다. 하지만 일본에서 활동할 경우에는 상황이 달라진다. 아예 신인이면 몰라도 이미 데뷔해서 활동하고 있는 일본인 멤버가 많으면 많을수록 일본 대중이 받는 신선함은 떨어지게 되어있다. 특히 일본 특유의 아이돌 문화에 피로감을 갖고 그 대안으로 한국 아이돌을 선호하는 사람들의 경우 그 정도가 더 심할 수 있다. 가뜩이나 프로듀서가 아키모토 야스시인데 여기에 일본인이 절반을 차지한다면 말이 한일 합작 프로젝트 그룹이지 기존의 AKB 48 계열의 그룹과 차별성이 없다.

 

백번 양보해서 일본인 멤버가 여섯 명인 지금의 결과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치자. 그렇다면 신선함은 포기하더라도 기존에 활동하고 있던 멤버의 팬덤을 흡수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이다. 2018년에 치러진 제 10회 AKB 48 총선거 결과를 통해 팬덤의 크기를 파악해보자. 4위에 랭크된 미야와키 사쿠라와 9위를 차지한 야부키 나코의 경우 충분히 합격점을 줄만하다. 나머지 멤버들도 살펴보자. 미야자키 미호 권외(100위 이내 랭크인 실패), 타케우치 미유 권외, 시타오 미우 권외다. 혼다 히토미는 권외를 면했지만 82위다. 신선함을 포기했는데 팬덤도 확보하지 못한다. 상위권 두 명만 믿고 가기에는 동력이 너무 약하다. 게도 구럭도 다 잃어버리는 상황이다.

 

상위권 연습생들의 나이도 문제다. 한국에서는 별 문제가 안 되지만 93년생 미야자키 미호부터, 94년생 이가은, 95년생 권은비, 96년생 타케우치 미유는 일본에서 아이돌로서는 이미 원로가수급으로 높은 연령대다. 그런데 신인이라니. 한 두 명이라면 안고 갈 수 있다고 쳐도 이 정도 되면 데뷔하자마자 일본팬 여러분들로부터 외면받고 싶다고 선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처음 올린 사람이 번역기를 돌린듯

 

다음은 전적으로 신뢰할만한 자료는 아니지만 어디까지나 참고용으로 가져온 일본 인터넷 사이트에서의 투표결과다. 오타쿠들이 모인 사이트 5ch의 자료가 정말 맞다면 그들이 일본인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는가에 대해 강한 의구심이 드는 것은 사실이나, 단순히 오타쿠 한 두 명이 지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수백 명으로부터 표를 받는다는 것은 곧 그 연습생이 일본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봐도 좋지 않을까.

 

어쨌든 이 자료에서 한국인 연습생 가운데 장원영이 2위, 김민주가 5위, 안유진이 6위, 강혜원이 9위, 김채원이 11위, 허윤진이 12위에 올라있다(2차 순위발표식에서 탈락한 이유정 제외). 2위 장원영은 미야와키 사쿠라를 제외한 모든 일본인 참가자보다 더 많은 표를 획득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12위인 허윤진도 일본인이 보기에 충분한 경쟁력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번 중간순위의 결과는 어떤가. 김민주, 안유진, 허윤진은 데뷔권 밑으로 추락했고 8위로 하락한 장원영 또한 12명 안에 들어갈 수 있을지 장담하기 힘든 상황에 몰려있다.

 

<프로듀스> 시리즈는 <슈퍼스타 K>와는 달리 심사위원의 심사 없이 현장투표와 인터넷 투표만으로 멤버를 선정한다고 표방하고 있다...고는 하나 '그들'이 최상의 조합 내지 최소한의 '안전빵'이 되어줄 수 있는 조합을 고려해놓지 않고 이런 이벤트를 벌일 리는 만무하다. 왜냐. '그들'이 수익을 내야하니까. 이 때 '그들'의 플랜에 없던 연습생들이 치고 올라온다? 명색이 대국민 프로젝트인데 대놓고 득표수를 조작하는 사기를 칠 수 없으니 PD가 전가의 보도를 휘두른다. PD만이 갖고 있는 절대권력, 즉 편집권을 이용하는 것이다. 뽑히지 않았으면 하는 참가자의 비중은 줄이고, 처음부터 점찍어 둔 연습생을 조금이라도 더 내보내는 식이다. 여기에 그 연습생의 인간적인 매력을 돋보이게 만드는 서사까지 들어간다면 '그들' 입장에선 금상첨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예정에 없던 참가자가 상위권에 있으면 어떻게 할까. 그에 대한 대응이 바로 이번 중간순위 공개다. 이미 앞에서 언급했듯 데뷔는 따놓은 당상이라 여겨졌던 몇몇 연습생들의 순위가 눈에 띄게 하락했다. 여차하면 이들이 다음주에 있을 3차 순위발표식에서 탈락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에서 '그들'이 행한 극약처방이다. 만약 국민프로듀서의 투표가 '그들'의 의도대로 진행되고 있었다면 득표상황을 공개했을까. 할 리가 없다. 해서도 안 된다.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켜서 '그들'의 뜻을 거스르는 사람들을 더더욱 결집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순위 공개는 대놓고 기존 상위권 랭커들을 구제하기 위한 조치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지난 2차 순위발표식 결과에 방심한 나머지 세번째, 네번째로 선호하는 연습생에게 투표하던 시청자들에게 경고신호를 보낸 것이다. 위기를 맞았던 참가자가 이로 인해 반등에 성공해 다시 안정권에 접어들면 '그들'은 그대로 3차 순위발표식을 진행할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다시 한 번 중간순위를 공개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이변을 일으킨 탈락한 연습생 팬들, 중하위권 연습생의 팬들 또한 가만있지 않으리라. 이미 안준영 PD에 대한 반감이 쌓일대로 쌓인만큼 선호하는 참가자에 대한 투표는 물론 이른바 '트롤픽' 공세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한동안 지루하다는 평을 받았던 <프로듀스 48>은 2차 순위발표식을 기점으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되찾고 있다. 오늘밤 11시에 방영될 9회에서는 연습생들을 위해 만들어진 곡을 무대 위에서 선보이는 컨셉 평가가 다뤄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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