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드와이트 하워드를 휴스턴 로켓츠로 보내야했지만 닉 영, 조던 파마, 웨슬리 존슨, 자비어 헨리 등 젊고 싱싱한 선수들을 영입해 마이크 댄토니 특유의 런앤건 농구를 본격적으로 가동하려는 의욕에 불탔던 2013-14 시즌의 LA 레이커스. 그러나 주전인 코비 브라이언트, 스티브 내쉬, 파우 가솔과 스티브 블레이크, 조던 파마 등이 돌아가면서 부상으로 결장, 어울리지 않게도 현재 21승 40패로 서부컨퍼런스 최하위에 머물고 있다. 리그 전체로 따져도 뉴욕 닉스와 더불어 밑에서 공동 5위에 해당한다.
이렇게 된 이상 굳이 1승이라도 더 거두기 위해 발버둥치지 말고 순리대로 시즌을 끝내 드래프트를 통해 새로운 역사를 창조하는 편이 낫지 않나 생각해본다. 사실 많은 레이커스팬들이 그렇게 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2003년 이후 가장 수준높은 드래프트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2014 드래프트에는 앤드루 위긴스, 줄리어스 랜들, 자바리 파커, 조엘 엠비드, 널렌스 노엘, 마커스 스마트 등 즉시전력을 뛰어넘어 한 팀의 주축이 될만한 선수들이 대거 참가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코비의 시대가 황혼기에 접어들었음은 모두가 인식하는 바이다. 하워드를 통해 코비 은퇴 후의 미래를 대비하고자 했던 레이커스의 계획이 틀어진 상황에서 운이 좋은건지 최하위권으로 처지면서 강제 탱킹모드에 접어들게 되었다. 최소한 5순위 이내의 로터리픽을 따내 위에 언급한 선수들 중 한 명을 뽑고, FA를 통해 A급 이상의 선수를 영입한다면 레이커스는 다시금 챔피언 컨텐더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게 된다. 듣자하니 LA 출신인 미네소타 팀버울브스의 케빈 러브가 그 대상이라고 하던데 그대로만 이뤄진다면 그야말로 레이커스 만만세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경기결과를 보니 패배했다는 소식도 전혀 기분나쁘지 않다. 중계를 보면 2005-06 시즌에도 볼 수 없었던 한심한 경기력에 한숨이 나오면서도 지는 게 이기는 거란 생각을 잊어버리고 어느새 응원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래서 최근에는 경기를 안 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근래 들어 2연승을 기록했다는 뉴스를 봤는데 별로 달갑지 않고 기분이 묘했다. 한창 우승권일 때는 한 번의 승리가 정말 소중하게 느껴졌는데 요즘은 반대의 의미로 그렇다.
다행히 앞으로의 일정을 보니 LA 클리퍼스전을 시작으로 오클라호마 시티 썬더와 2경기, 샌안토니오 스퍼스와 2경기 등 강팀들과의 일전이 예정되어 있다. 제발 확실하게 져서 1997 드래프트를 통해 황금기의 초석을 다진 샌안토니오의 길을 걸어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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