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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잠실에서 목격한 어이없던 역전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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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기아 타이거즈 vs SK 와이번스 전을 관전한 이후로 1년 만에 야구장을 찾아가 경기를 관람했습니다. 기아 vs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벌어지는 잠실야구장이었습니다.



늦게 출발하다보니 6시 50분쯤에야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이미 20분이 지난 후였는데 막 들어갔더니 1회말이 끝나 있더군요. 3루측 자리가 거의 차 있어서 몇 분을 돌아다닌 끝에 겨우 자리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비록 팀 성적은 꼴찌이지만 팬들은 타이거즈를 아낀다는 것을 느꼈네요.



기아의 오늘 선발은 좌완 양현종, 두산의 선발은 맷 랜들이었습니다. 두 투수 모두 3회까지 크게 불안한 모습 없이 막아주었는데, 4회 들어 기아의 투수는 언더핸드 손영민으로 교체됐습니다. 선발이 잘 던지고 있는 상황인데도 5회를 채우지 못하고 강판된다는게 조금 의아했지만, 다행히 손영민은 실점 없이 7회까지 잘 막아주었습니다.



이미 1점을 선취한 기아는 6회초 타선이 폭발하며 대거 5득점, 관중석의 분위기는 정말 뜨겁게 달아올랐습니다. 특히 첫 주자가 출루한 이후 모든 관중들이 일어서서 응원을 했는데, 기회가 계속해서 이어지며 수십 분을 서 있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경기가 워낙 재밌다보니 조금도 불편함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정말 마음껏 외쳐댔습니다. 얼마나 소리를 질렀는지 이 글을 쓰는 현재까지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습니다.



8회초가 끝날 때까지만 해도 기아의 승리는 무난해 보였지만 8회말 투수교체의 실패로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볼넷, 볼넷, 볼넷... 투수들이 볼넷을 남발하며 루를 채워줬고, 내야수들의 에러까지 겹치면서 결국 6점을 내주며 6:7로 역전을 당하고 말았습니다.



눈앞에서 벌어지는 이 어이없는 광경을 지켜보던 기아팬들은 할말을 잃어버렸습니다. 역전이 되기 전까지만 해도 투수들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화이팅’을 외쳤지만, 역전되자마자 모두 얼어버렸습니다. 어쩜 이렇게 드라마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습니까. 나중에 보니 경기 후 두산 김경문 감독이 ‘1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한 경기’라고 평했다던데, 하필 골라서 간 날 이런 경기를 목격했네요.



너무나 길었던 8회말이 좌익수 김원섭의 호수비와 함께 끝나면서 기아팬들은 다시 살아났습니다. 9회초 공격에서 투아웃 2, 3루 찬스를 만들며 관중석의 분위기는 절정에 달했지만 타자 김종국이 2-3 풀카운트에서 루킹 삼진을 당하며 경기는 그것으로 종료되며 열띤 응원은 한순간에 한숨으로 변해버리고 말았습니다.



사실 이 경기를 보러 간 목적은 경기의 승패를 떠나 열심히 응원에 참여, 소리를 질러서 한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 있었고, 그 목적을 달성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역전패에 대한 아쉬움은 있었지만 크게 기분이 나쁘다거나 하는 느낌은 없었습니다. 물론 저도 집에서 TV로 경기를 봤다면 리모컨을 집어던졌을 것 같지만 말그대로 경기 자체만 즐겼습니다. 타이거즈팬 맞나 싶을 정도로요. 지금 생각하니 어쩌면 마음 속에서 기아의 패배를 단순하게,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게 되지 않았나 생각을 해보게 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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