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턴오버1위 :: [미국 서부 여행기] (4) 첫날부터 파란만장했던 미국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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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앤젤레스 공항(LAX) 근처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예약한 모텔로 이동했다. 출국하기 전날 집에서 구글로 검색해보니 한 번 환승해야된다고 나와서 Florence/Western 정류장에서 내렸다.

 

주변은 평범한 동네 같았고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패스트푸드 체인 잭 인 더 박스(Jack in the box)였다. 배가 그리 고픈건 아니었지만 마지막으로 기내식을 먹은 후 시간이 꽤 지났고, 평소 NBA 중계를 보면서 자주 들어본 브랜드라 이왕 내린 김에 여기서 한 번 먹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잭 인 더 박스(Jack in the box)플로렌스 & 웨스턴에 있는, 겉보기에는 아주 평범한 동네 햄버거 가게(사진 출처: Yelp)

그렇게 친구와 나는 호기롭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는데...

방탄유리(Bulletproof glass)이거 방탄유리야, 이...(사진 출처: Yelp)

세상에.. 점원이 있는 공간과 손님이 있는 곳이 유리로 분리되어 있다. 음식이 나오는 부분만 트레이 사이즈에 맞게 구멍이 나 있을 뿐이었다. 점원과 우리의 사이를 막고 있던건 영화 <아저씨>에서 김희원이 침을 튀겨가며 외치던 바로 그 방탄유리였다.

 

그저 평범한 동네 햄버거 가게인줄 알고 들어왔는데 방탄유리라니. 이곳의 치안은 대체 얼마나 안 좋은건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치안이 안정된 국가에서 이런거 모르고 살던 평범한 청년인 우리는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차라리 그 때 나갔어야 했는데 이미 주문은 들어갔고, 미국 햄버거를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뇌를 지배했던건지, 아니면 기내에서 잠을 제대로 못 자 사고회로가 제대로 안 돌아갔던건지, 그것도 아니면 흔히 말하는 객기가 발동해 겁대가리를 상실했던건지. 왜 굳이 거기서 먹고 가겠다는 선택을 했는지 지금까지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친구가 먼저 주문하고 내 차례를 기다리는데 흑인 남자 한 명이 내게 접근했다. 자기가 갖고 있는 1달러 어치 동전을 지폐와 바꾸잔다. 처음에는 여행하다보면 동전이 필요해질 것 같아 솔깃했는데, 사기치는 것 같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그래서 거절한다는 말을 하고 있는데 방탄유리 너머에 있던 점원이 빨리 꺼지라면서 그 흑인을 내쫓았다. 아무래도 상습범이었나보다. 딱 봐도 갓 여행 온 티가 나는 우리가 제일 만만했을게 뻔했다.

 

갓 만든 햄버거 세트를 먹으려고 자리에 앉았는데 이번에는 흑인 여성 한 명이 우리에게 다가왔다. 피부가 좋은 편이고 글래머러스한 체형에 과감하게 파인 레오파드 스타일의 옷을 입었다. 그래미나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나 볼 법한 패셔니스타 느낌이었다.

 

그런 그가 우리에게 와서 뭔가 말을 거는데 웅얼거려서 잘 들리지 않았다. 다시 한 번 말해달라고 'Pardon?'하는데 무슨 정형돈도 아니고 돌아온 대답은 뜻밖에도 'Give me one dollar'였다.

 

어딜가나 파워 당당할 것 같은 외모와 스타일을 가진 사람이 개미 기어가는듯이 자신없는 목소리로 구걸을 하는 모습에 엄청난 괴리감이 느껴졌다. 차라리 옷차람이라도 허름했다면 다른 결정을 했을텐데, 무슨 숨겨진 사연이 있는지 알 수 없지만 멀쩡하게 생긴 사람이 이런 식으로 돈을 모아서 꾸미고 다니는건가 하는 생각이 들어 거절하기로 했다.

얼티밋 치즈버거?잭 인 더 박스의 얼티밋 치즈버거?

그렇잖아도 불안했는데 이 가게에 온 짧은 시간동안 별 일을 다 겪다보니 1분이라도 빨리 여기를 뜨고 싶었다. 햄버거 포장지를 열어서 한 입 베어무는데 아삭한 느낌이 없고 느끼했다. 순살 패티인 것까지는 좋았는데 양상추가 없는 버거를 시켰나보다. 미쿡에서 처음으로 본고장의 햄버거를 맛본다는 기대감이 너무 컸던 것 같다. 결국 반쯤 먹다가 포기하고 서둘러 매장을 빠져나갔다.

 

며칠 뒤에 우리가 묵었던 모텔에서 일하는 대만 출신 직원과 대화를 하다가 이 때 겪은 일을 얘기했더니, 우리가 갔던 그 동네가 치안이 별로 안 좋은 곳이라며 자기도 그쪽으로는 잘 안 간다는 말을 해줬다. 그러고보니 처음엔 미국은 다 저런가보다 하는 생각도 했는데 이 때 이후로 가본 다른 곳에서는 방탄유리가 설치된 것을 본 적이 없다.

영수증그 때 받은 영수증이 아직도 있었다

나중에 구글에서 다시 검색해보니 공항에서 모텔까지 지하철로 이동하는 경로가 있었는데, 그때는 왜 버스로 가는 가는 길을 알려줬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덕분에 기억에 남을만한 일을 겪어서 이렇게 이야기 소재로 써먹게 됐으니 어떻게 보면 다행인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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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턴오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