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 제목을 들었을 때는 이게 무슨 정신나간 드라마인가 싶었다. 재혼도 모자라 세 번씩이나 결혼하는 여자라니. 드라마 나올 때마다 논란을 몰고다녔던 김수현 작가였기에 이번에도 사회적인 문제작을 또 하나 썼나보다 했다. 더군다나 주인공이 서태지와의 비밀 결혼생활 끝에 이혼한데다 조부의 친일 경력으로 한동안 연예계를 떠났던 이지아라 그런 생각이 강하게 들었던 것 같다. 기구한 운명의 여인을 어떤 식으로 포장하고 그녀를 위해 변명할까 궁금하기도 하고, 즐겨본다는 후배도 있어 볼까 했다가 이내 접었다.
사실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는 어렸을 때부터 친숙하게 접했던 기억이 있다. <산다는 것은>을 시작으로 <목욕탕집 남자들>, <사랑하니까>, <내사랑 누굴까>, <완전한 사랑>, <부모님 전상서>, <사랑과 야망>, <내 남자의 여자>, <엄마가 뿔났다>, <인생은 아름다워> 등 여러 드라마들을 가족과 함께 즐겁게 시청했다. 40대 이상의 여성 시청자들은 속시원한 대사를 통해 카타르시스를 느낀다고 하는데, 내가 보는 이유는 그저 재미있기 때문이었다. 여타 연속극에 비해 등장인물이 너무 많거나 인간관계도 그리 복잡하지도 않으면서 스토리를 흥미롭게 풀어나가는 김수현 작가의 필력에 감탄하기도 하면서.
그런데 이번 드라마는 처음부터 볼 마음이 생겨서 본 것이 아니고 켜져있는 것을 틈틈이 보다가 빠져들게 됐다. 딱히 오은수(이지아)라는 여자에게 동정심이 생겨서는 아니다. 오히려 정태원(송창의)의 집이 나오는 씬을 보면서부터 관심을 갖기 시작한듯 하다. 정태원-오은수 커플 이혼의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한 최여사(김용림)는 물론 정태희(김정난)가 이상하게 얄밉지 않고, 혼자있을 때도 구수한 사투리로 궁시렁궁시렁 수다를 멈추지 않는 임실댁(허진), 똑소리나게 연기를 잘하고 있는 슬기(김지영)에 이어 최근에는 채린(손여은)까지 제대로 포텐을 터뜨리는 것 같다. OST도 상당히 공을 들인 느낌이다. 길구봉구의 '바람이 불었으면 좋겠어'와 신승훈의 'Sorry'는 드라마의 분위기와 잘 어울리면서 따로 듣기에도 좋은 노래들이다.
다만 이지아는 얼굴이 부자연스럽게 변해서 볼 때마다 부담스럽고, 늘상 소리를 질러대는 오현수(엄지원)는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거슬려서 인상을 찌푸리게 된다. 다미(장희진)는 이 드라마의 유일한 미스 캐스팅으로 보인다. 그동안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를 통해 연기력에 발전을 이룬 배우들이 상당히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애초에 캐릭터가 어울리지도 않고 30회가 넘게 진행된 현재까지 나아지는 모습을 발견할 수 없어 아쉽다.
지금으로서는 김준구(하석진)로 인해 은수와 준구의 사이가 벌어지며서 우여곡절 끝에 이혼 도장을 찍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 같다. 과연 세번째 남편이 될 남자는 아직 등장하지 않은 제3의 인물일지, 아니면 첫번째 남편이자 슬기의 아버지이기도 한 태원과 다시 한 번 결혼을 결심하게 될지 앞으로의 전개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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