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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주머니

생존 신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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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글을 남겨봅니다. 모두들 건강하시죠? 복학 후에는 글 남기기가 쉽지가 않습니다. 온갖 과제가 산더미같고 예습도 해야되고 원래 하던 공부도 해야합니다. 주말에 짬이 나더라도 부족한 잠을 보충한다든지 그동안 하고 싶었던 다른 활동들을 하느라 바빠서 블로그 관리는 엄두가 나질 않았네요. 직장생활 혹은 학교다니면서 블로그 활동도 열심히 하시는 분들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 기아 타이거즈가 2009 프로야구 우승팀이 됐다는건 다들 아실겁니다.
  7차전에서 1-5로 끌려갈 때만 해도 완전히 포기를 했습니다. 친구와 문자를 하면서 경기를 지켜봤는데, 전날 김상현의 홈런성 타구는 폴대를 비켜가더니 박정권의 타구는 파울이 될 것처럼 보이다가 폴대를 맞고 홈런이 되는 것을 보고 패배의 징조라고 생각했습니다. 게다가 10년간 프로스포츠의 포스트시즌 경기를 보면서, 양팀이 최종전까지 가는 혈투를 벌이다가도 어느 한 팀이 주도권을 잡으면 순식간에 분위기가 그팀으로 쏠리며 승부가 갈리는 장면을 수도 없이 목격했습니다. 게다가 상대는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했던, 산전수전 다 겪은 팀이었습니다. 도저히 역전할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았습니다.
  하지만 기적은 그때부터 시작됐습니다. 나지완의 2점포, 안치홍의 솔로포, 김원섭의 동점 적시타. 그래도 SK에는 채병용이 있기에 역전을 시키지 못한게 너무나 아쉬웠습니다. 놀랍게도 그 채병용으로부터 나지완이 그 어떤 드라마보다도 극적인 순간을 연출해냈습니다. TV를 보면서 나지완이 공을 쳐낸 순간 넘어갔음을 직감하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12년만의 우승이 과연 좋기는 좋았습니다. 경기 후 한 3~4일 정도 구름 위를 떠다니는 기분이었지요. 레이커스 우승 때는 일주일을 가더니 이번엔 좀 짧았습니다.


- 5-1로 벌어졌을 때 2008년 NBA 파이널이 떠올랐습니다. 6차전에서 초반부터 끌려가던 레이커스는 보스턴에 분위기에 압도당하며 39점차로 대패하고 우승 트로피를 내줬습니다. 말그래도 들러리였습니다. 하지만 그토록 비참했던 경기를 종료 버저가 울릴 때까지 지켜봤습니다. 역전할 수 있다는 희망이 사라지기 시작했을 때부터 중계창을 꺼버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습니다. 예전같았으면 심하게 흥분하거나 낙담했을테고 아마 주저하지 않고 꺼버렸을 겁니다. 하지만 그 경기가 응원하는 팀의 시즌 마지막 경기이기 때문에 끝까지 봤습니다. 경기종료 1, 2분을 남겨두고 보스턴 홈팬들은 '나나나나 나나나나 헤이헤이헤이 굿바이'하며 패자를 조롱하는 노래를 불러댔습니다. 그야말로 굴욕의 순간이었습니다. 잠시 후 경기가 끝나고 중계방송이 끝난 뒤에야 조용히 중계창을 껐습니다. 참패의 쓰라린 기억보다는 다음에 꼭 복수했으면 하는 마음이 너무나도 강했습니다. 쓸쓸히 경기장을 빠져나가던 코비를 비롯한 선수들의 모습을 보면서 말입니다. 그리고 1년을 기다린 끝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레이커스를 보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한국시리즈 7차전, 5-1로 SK가 앞섰을 때 그때와 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근데 웬일인지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기적같은 일이 벌어졌네요. 끝날 때까지는 끝난게 아니라던 요기 베라의 명언이 떠오르는 순간이었습니다.


- SBS 해설진에 불만이 많았던 것은 저뿐만이 아니더군요.
  '기아 우승, 기아 우승.'
  30년에 가까운 프로야구 역사에서 최초로 나온 장면이고 70년 역사의 일본프로야구에서는 단 한 번도 없었으며 100년이 넘는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에서도 단 한 번 있었던 명장면에서 할 수 있는 멘트가 그것뿐이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계속 남았습니다. 아니, 화려한 멘트보다도 흥분된 감정을 가득 담아 현장감을 생생하게 전달해주기만 했어도 그렇지는 않았을겁니다. 그럴수록 MBC-ESPN의 한명재 캐스터는 같은 상황에서 어떤 말을 했을지 궁금해서 ESPN 버전이 올라오길 간절히 기다렸습니다. 올라온 것을 확인하고 난 후 한 50번을 넘게 돌려봤습니다.
  '자~ 왼쪽~~~~~ 끝내기~~~ 기아 타이거즈 우승!!!!! 나지완이 해결사였습니다!!!!! 12년만에~ 기아 타이거즈가 우승을 차지합니다!'
  멘트는 비교적 평범했지만 한명재 캐스터 특유의 샤우팅이 돋보였습니다. 계속 기분이 좋으면서도 이 목소리로 생방을 봤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습니다.


- NBA 새 시즌이 개막했네요. 클리퍼스와의 개막전은 학교 전산실에서 시청했는데 그 후로는 하이라이트로 만족하고 있습니다. 코비가 올라주원에게서 포스트업에 대해 원포인트 레슨을 받았다고 하더니 요새 주구장창 포스트업을 이용해 맹공을 퍼붓고 있네요. 가솔이 부상이라 결장하고 있고 최근에는 바이넘마저 출전하질 못하니 부담이 더욱 늘어났는데도 손쉽게 득점을 차곡차곡 쌓아올리는게 정말 대단합니다. 언제나 머리에 장난을 치는(?) 아테스트가 얼마전에는 한글로 '레이커스'라고 해놔서 스포츠뉴스에도 나왔다죠. 팀에 점점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다행입니다. 벤치의 활약이 너무 없어서 그게 아쉬운데 바이넘과 가솔이 컴백하면 오덤이 제자리로 돌아갈테니 별로 걱정은 안 됩니다. 생활이 바빠서 그런지 NBA에 대한 관심도도 예전만 못한 것 같습니다. 에메카 오카포와 타이슨 챈들러가 서로 팀을 바꾼 것을 어제가 돼서야 알았네요.


- 일드도 안 본지 꽤 오래됐습니다. 일단 가방이 무거워지고 하니 PMP를 놓고 다니는 것도 그 이유인 것 같습니다만 요새는 관심도가 좀 떨어졌습니다. 대신 <톤네루즈 쿠와즈기라이>같은 쇼 프로그램을 가끔 보는 정도입니다. 얼마전에는 학교에서 영화 <20세기 소년> 1편 DVD를 빌려서 봤는데 꽤 재미있네요. <하얀 거탑>을 통해 급호감을 갖게 된 배우 카라사와 토시아키 주연이라 더 그랬던 것 같습니다. 사실 위의 <톤네루즈...>를 본 것도 그가 출연한 모습을 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성격 자체가 상당히 활기차고 주변 분위기를 밝게 하는 데에는 타고난 사람 같습니다. 입담도 개그맨 뺨칠 정도로 좋고 스스로 효과음을 내는게 참 재밌습니다. 빨리 2편과 3편도 보고 싶네요.


- 아베 히로시가 주연한 영화 <걸어도 걸어도>도 감상했습니다. 드라마 <결혼 못하는 남자>에서 티격태격했던 나츠카와 유이와 부부로 출연했는데, 둘이 부부로 출연한 건 대하드라마 <요시츠네> 이후로 두번째입니다. 물에 빠진 소년을 구하고 숨진 한 남자의 기일에 모인 가족의 1박 2일을 그렸는데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었습니다. 부모 자식간에도 같은 형제 사이에도 부부 사이에도 서로 마음 속에 그리는 것이 너무도 달랐습니다. 부모와 자식의 생각 차이는 이렇게도 심한가 싶기도 하고 더 늦기 전에 효도해야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부모는 자식을 한없이 생각하는데 자식은 부모에게 딱 해야할 도리만 하고는 효도했다고 만족을 합니다. 대본을 쓰고 세심하게 연기지도를 한 감독도 이런 것들을 고려했다고 하네요. 사소한 것부터 잘해야되는데 그게 마음대로 안 되는군요. 어찌보면 효도라는건 거창한게 아닐텐데 말입니다.


- 다음 포스팅은 또 언제가 될지 모르겠네요. 이 글을 쓰고 다시 마음이 내키면 짧게나마 계속 올릴 수도 있는거고 아니면 방학 할 때까지 쭉 블로그를 방치할 수도 있는거구요. 예전의 왕성했던 의욕이 그리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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