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포스팅은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21회의 줄거리를 포함하고 있다. 스포일러를 피하고 싶다면 '뒤로 가기'를 권한다.
글로리 빈관 304호에 숨어들어, 미국으로 돌아가야하는 유진 초이(이병헌 분)에게 함께 가자고 하는 고애신(김태리 분). 사실은 일본 무신회에 잡혀간 이정문(강신일 분)을 구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하지만 모든 것을 간파하고 있던 유진은 그것을 허락한다.
눈치 없는 빈관 직원의 실수로 모리 타카시(김남희 분)는 애신이 유진의 방에 있음을 눈치채고 304호로 쳐들어가지만, 애신은 이미 옆방인 303호로 도망친 뒤였다. 추궁하는 모리와 잡아떼는 유진 사이의 감정의 골이 더욱 깊어지는 가운데, 303호가 김희성(변요한 분)의 방인줄 모르고 들어간 애신은 희성과 마주치자 당황한다. 하지만 곧바로 일본군이 들이닥치자 희성은 기지를 발휘해 그들을 따돌리고, 작별을 예감한듯 미리 준비한 코트를 애신에게 선물한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애신을 보호해 빈관을 빠져가가게 한 희성은 말그대로 애신밖에 모르는 바보 그 자체였다.
유진은 애신에게 위조 여권을 만들어준다. 명의는 애신 초이. 애신의 안전을 위해 미국인인 자신의 부인으로 위장한 것이다. 유진은 밀가루 범벅인 빵집 테이블 위에 손가락으로 'L'과 'VE'를 썼다. 그리고 'L'과 'VE' 사이에는 반지가 놓여있었다. 'LOVE'였다. 애신의 왼손 약지에 반지를 끼운 유진은 모든 사정을 설명한다. 어느새 테이블 위의 글씨는 'LIVE'로 바뀌어있었다. 둘 다 유진의 진심이었을 터이다. 애신을 사랑하는 마음과 꼭 살아있어달라는 바람이 담긴 짧지만 강한 메시지였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LIVE'는 김은숙 작가가 결말을 앞두고 미리 깔아놓은 복선일지도 모르겠다.
김남희(모리 타카시 역). 사진 출처: 화앤담픽처스
도쿄에 도착한 애신은 동료 의병들과 함께 이정문을 구출했고, 모리 타카시가 유진의 손에 죽었다. 고사홍의 유언과도 같았던 마지막 부탁을 미국인인 유진이 그대로 지킨 것이다. 그 사람 한 명 죽인다 해서 조선의 멸망이라는 역사의 큰 물줄기는 막을 수 없지만, 지난 20회에 이완익(김의성 분)이 죽을 때와 마찬가지로 악역의 최후를 보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앓던 이가 빠진 것처럼 반가운 일이다.
모리 타카시가 그토록 미웠던건 그만큼 그 역할을 맡았던 배우 김남희의 연기가 훌륭했기 때문일 것이다. 뒤늦게 등장해 분량이 많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신사적인 척하지만 악랄하고 잔인한 내면을 가진 일본인 장교 역할을 멋지게 소화하며 강한 임팩트를 남겼다. 이완익이 한 달 넘게 끌었던 어그로를 단 2주 만에 다 따라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인 특유의 어눌한 한국어 발음이 일품이었고, 그럴듯 했던 일본어 발음과 억양 역시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
하지만 여기서 두 가지 의문점이 든다.
먼저 도쿄에서의 거사가 성공해 이정문을 무사히 구출한 것까지는 말이 된다 치자. 그런데 화족인 장교를 포함한 병사들이 총격으로 피살되고, 무신회의 수많은 이들이 피해를 입었음에도 도쿄 시내는 그 흔한 검문 검색 하나 없이 평온하기 그지없다. 유진과 애신은 아무 거리낌없이 시내를 돌아다니고 사진관에서 기념사진까지 찍으며 무사히 도쿄를 빠져나간다. 조선의 한성이었다면 모르겠으되, 일본이 무슨 호구도 아니고 수도에서 경천동지할 일이 벌어졌는데 이게 가당키나 한 일일까.
또 하나, 유진과 애신은 제물포에서 배를 타고 시모노세키에 가서 헤어진 후 도쿄로 이동해 각자의 미션을 성공시켰다. 미국으로 복귀해야하는 유진은 도쿄에서 뉴욕행 배를 타지 않고 굳이 애신과 서쪽으로 1,100km 떨어져있는 시모노세키로 되돌아간다. 현재 신칸센을 이용해도 6시간 가까이 걸리고, 1920년대 후반의 특급 열차 기준으로도 꼬박 하루가 걸렸으니, 그보다 20년 넘게 앞선 1904년의 기술력을 고려한다면 하루 안에 당도하기 힘든 거리다. 뉴욕 가는 항로가 그쪽에만 있는게 아니고서야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서울과 부산을 왕복하는 것보다 더 멀다
한편 쿠도 히나(김민정 분)는 어머니가 있는 곳을 찾아 이정문이 일러준 대로 강릉의 가톨릭 교우촌에 갔지만, 어머니는 이미 몇 년 전에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작품 시작부터 이 시점 전까지 늘 침착하고 냉정했던 그도 그토록 찾았던 어머니의 죽음을 마주하고 나자 그동안 억눌렀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서럽게 울었다. 그리고 그런 그를 위로하는 구동매(유연석 분).
유진과 애신은 시모노세키에 도착한다. 애신은 뉴욕행 배를 타진 유진과 또 한 번 슬픈 이별을 하고 돌아서는데, 이 때 그를 발견한 무신회 사람들에게 쫓기게 된다. 추격전이 계속되는 가운데 갑자기 누군가가 나타나 무신회에게 충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배에 오르지 않은 유진이 애신을 구하기 위해 온 것이었다. 함께 도망치던 두 사람은 주일 미 공사관 앞에 당도하고, 권총의 마지막 남은 한 발로 공사관 창문을 깨뜨린다. 앞에서는 총을 든 미 경비병들이 몰려오고, 뒤에서는 폭도들이 거리를 좁혀드는 상황에서 21회가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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