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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WBC] 자멸한 베네수엘라. 한국 결승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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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우리나라가 제2회 WBC 준결승전에서 강호 베네수엘라를 10-2로 꺾고 결승에 진출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오늘 승리는 우리가 기회를 잘 살렸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베네수엘라의 수비가 우리를 도와준 경기였습니다. 베네수엘라는 무려 5개의 실책을 범하며 스스로 무너져내렸습니다.

▶ 1회초 무사 1루 정근우의 플라이성 타구 낙구(우익수 바비 아브레유)

우리나라는 1회초 선두타자 이용규가 볼넷을 얻어나갔습니다. 2번 정근우가 밀어친 타구는 평범한 우익수쪽 뜬공이었는데, 수비가 좋아 골드글러브를 수상한 경력이 있는 바비 아브레유가 그만 이걸 놓치고 말았습니다. 1루 주자 이용규가 타구가 잡힐줄 알고 귀루를 하던터라 아브레유가 2루에 송구하면 포스아웃이 되는 상황이었지만, 이것마저 2루수가 놓치면서 우리나라는 무사 1, 2루의 찬스를 잡았습니다. 이어서 김현수의 좌전 안타로 이용규가 홈을 밟으면서 선취득점을 올렸고, 김태균도 안타를 치며 무사 만루의 기회를 계속 이어나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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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에러의 시작


▶ 1회초 무사 만루 이대호의 땅볼 타구 처리 지연(투수 카를로스 실바) - 기록되지 않은 실책

5번 타자 이대호의 타구는 평범한 투수 앞 땅볼이었습니다. 자칫하면 병살타로 이어질 수 있었지만, 투수인 카를로스 실바가 공을 빨리 처리하지 못하며 겨우 타자주자만 아웃, 이사이 3루 주자 정근우가 득점에 성공했습니다. 계속된 1사 2, 3루의 찬스에서 그동안 부진했던 6번 타자 추신수가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석점 홈런으로 우리나라는 5-0으로 앞서며 초반에 일찌감치 승부를 갈랐습니다. 만약 실바가 타구를 제대로 잡아 1-6-3 혹은 1-2-3의 병살타로 연결시켰다면 우리나라는 한 점도 뽑지 못하거나 1점을 추가하는 데 그치며 공격의 흐름이 끊어질 수 있었지만, 이 기록되지 않은 에러 하나가 오늘 경기를 결정지었네요.

▶ 1회초 2사 1루 박기혁의 땅볼 타구 처리 실패(투수 카를로스 실바)

2사 후에 8번 박경완이 안타를 치고 나간 상황에서 박기혁이 투수 앞 땅볼을 쳤으나, 투수 실바가 이것을 잡지 못하며 베네수엘라는 1회에만 2개의 실책을 기록했습니다. 후속타자인 이용규가 아웃되며 찬스는 무산됐지만 이미 분위기는 우리 쪽으로 넘어왔습니다. 겨우겨우 수비를 끝마친 실바는 덕아웃에 들어와 글러브를 던지며 스스로를 질책했지만, 2회초에 김태균에게 투런 홈런을 얻어맞으며 결국 강판되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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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회초 2점 홈런을 친 김별명


▶ 2회초 2사 1루 최정의 땅볼 타구 송구 에러(투수 엔리케 곤잘레스)

2아웃 상황에서 추신수가 바뀐 투수 엔리케 곤잘레스에게 볼넷을 얻은 후 최정이 투수 앞 땅볼을 쳤습니다. 하지만 곤잘레스가 송구 에러를 범하며 2사 1, 3루의 찬스가 이어졌습니다. 비록 1루 주자 최정이 도루하는 사이 3루 주자 추신수가 홈으로 뛰려다 3루로 귀루하는 과정에서 아웃되고 말았지만, 이미 베네수엘라의 사기는 땅에 떨어질대로 떨어진 뒤였습니다.

▶ 4회초 1사 1, 2루 포수 견제 포구 실패(1루수 미겔 카브레라)

3회말에 베네수엘라가 1점을 만회한 가운데 4회초 선두타자 고영민이 좌익수 키를 넘기는 2루타를 치고 나갔고, 김현수가 볼넷을 얻으며 만든 1, 2루 찬스. 김태균이 서서 삼진을 당한 가운데 이대호가 타석에 들어섰습니다. 볼카운트 1-1에서 제3구가 볼이 된 상황. 마침 1루 주자 김현수의 리드폭이 커지자 포수 라몬 에르난데스가 1루에 견제구를 던졌습니다. 하지만 1루수 미겔 카브레라가 공을 놓치면서 2루 주자 고영민이 득점, 점수는 다시 8-1로 벌어졌습니다.


▶ 6회초 1사 만루 중견수 송구 포구 실패(포수 라몬 에르난데스)

김현수의 안타와 김태균의 볼넷으로 다시 찬스를 잡은 우리나라는 이대호의 우전 안타로 한 점을 추가하며 9-1로 달아났습니다. 추신수가 볼넷을 얻어 1사 만루가 된 상황에서 최정이 중견수 플라이를 쳤습니다. 중견수 엔디 샤베즈의 송구는 약간 빗나갔지만 3루 주자 김태균의 느린 발 때문에 접전이 될 수 있었습니다. 이때 포수 에르난데스가 마음이 급한 나머지 제대로 포구를 하지 못하며 김태균은 서서 홈을 밟아 10-1을 만드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 부분이 재미있었습니다. 포수가 공을 놓쳐 2루 대주자 이진영이 3루를 거쳐 홈으로 들어올 수도 있었지만, 투수 빅토르 잠브라노의 백업때문에 무위에 그쳤습니다. 하지만 이진영을 잡기 위해 잠브라노가 3루에 던진 공이 다시 빗나갔는데, 백업을 들어온 유격수 마르코 스쿠타로가 잡아내며 추가실점을 막았습니다).

선발인 '석민어린이' 윤석민은 6.1이닝동안 7피안타 2실점으로 호투하며 승리투수가 되었습니다. 물론 타선의 활발한 지원도 있었고 포수 박경완의 노련한 볼배합도 한몫했지만, 베네수엘라의 강타선에 주눅들지 않고 마음껏 공을 뿌린 윤석민의 활약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칼날에 가까운 제구력으로 홈플레이트 좌우를 모두 사용했고, 빠른 직구는 물론 다양한 변화구로 베네수엘라 타자들을 잠재웠습니다.


윤석민이 7회 들어 카를로스 기옌에게 홈런을 맞고 매글리오 오도녜스에게 볼넷을 내주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이자 정대현이 투입되어 불을 껐습니다. 이후 류현진, 정현욱이 이어던졌고, 마지막 마무리는 임창용이 장식했습니다. 결승전을 대비해 그동안 휴식시간이 길었던 필승 계투진의 컨디션을 점검하는 차원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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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선을 제압한 추신수의 3점 홈런


대회 내내 극심한 부진에 시달리던 추신수는 그동안 지명타자로만 출전을 허락했던 구단이 경기 직전 우익수로서의 출전을 허용해 처음으로 수비 포지션을 맡았습니다. 저조한 성적때문에 선발에서 제외되는 경우도 많았지만, 메이저리그 투수의 공을 치는 데는 추신수가 가장 적합하다고 본듯 김인식 감독은 그를 선발 6번 우익수로 출장시켰습니다. 그에 보답하듯 첫타석에서 중월 3점 홈런을 쳐냄으로써 추신수는 그동안의 부진을 털어냈고, 감독의 믿음에 보답했으며, 우리나라의 결승 진출에 크게 공헌했습니다.


베네수엘라의 루이스 소호 감독은 경기 전에 우리나라의 야구 스타일을 스몰볼로 규정지었지만, 우리 타선은 지난 멕시코 전처럼 빠른 발과 짜임새있는 플레이는 물론 추신수와 김태균의 대포로 우리의 야구는 빅볼과 스몰볼을 결합시킨 우리만의 스타일임을 다시 한 번 입증했습니다.


이제 결승전은 하루를 쉬고 24일 화요일에 열리게 됩니다. 상대는 내일 미국과 일본의 준결승전 결과에 따라 결정되겠습니다. 결승전에 누가 올라오든 좋은 경기를 펼쳐 이번에야말로 지난 대회의 아쉬움을 씻고 세계 최강임을 증명했으면 합니다. 대한민국 야구대표팀의 선전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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