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한 일요일 오후, 10월 3일부터 10월 9일까지 여의도공원에서 열리고 있는 '서울정원박람회 2018'에 다녀왔다. 원래 어제 가고 싶었지만 25호 태풍 콩레이의 영향으로 오전까지 비가 내린 탓에 오늘로 연기했다. 다행히 태풍은 물러가고 긴 팔이 조금 덥게 느껴질만큼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박람회를 구경했다.
9호선 국회의사당역 3번 출구
9호선 국회의사당역 3번 출구나 5호선 및 9호선 여의도역 3번 출구로 나가서 도보 5분이면 여의도공원에 도착한다. 9호선 국회의사당역을 이용했는데, 여의도역에서 내렸더라면 급행열차를 탈 수 있었다. 왜 여의도역은 5호선만 있다고 생각했을까. 어쨌든 출구를 나서면 행사 안내요원도 있고 길 안내가 잘 되어 있어서 손쉽게 목적지까지 당도할 수 있다.
서울정원박람회 2018 - 동대문구
행사장에 들어서면 온갖 예쁜 꽃들이 오는 이들을 반긴다. 서울특별시에서 주관하는 박람회답게 각 자치구들이 저마다의 테마로 보기도 좋고 사진 찍기에도 좋은 공간을 아름답게 꾸몄다. 동대문구는 부모님 세대인 어른들의 어린 시절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옛날 전화기도 그렇고 벽에 붙은 포스터, 장독대까지...
서울정원박람회 2018 - 강남구
강남구는 수수한 느낌에 가을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정원을 선보였다. 화려할 것만 같은 강남의 이미지와는 상반된 작품이다.
서울정원박람회 2018 - 서초구
올해로 강남구에서 분리된 지 30주년을 맞은 서초구는 그런 의미가 담겨있어서 그런지 알록달록한 색상의 꽃을 배치해서 경사스러움을 표현한 것 같다.
서울정원박람회 2018 - 노원구
경춘선이 지나가는 노원구의 정원은 기찻길 옆에 피어있는 꽃들을 그대로 옮겨 심은 것 같은 느낌이다. 다른 구의 정원도 더 있었는데 사진 찍으려고 줄을 선 사람들이 많아 미처 카메라에 담지 못했다.
신난 나비
사방에 널린 게 꽃이라 나비와 벌들은 신이 났다. 사람들은 눈이 즐거워서 만족스럽고 곤충들은 꿀을 실컷 딸 수 있으니 그야말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행사이다.
온갖 종류와 색상의 장미를 구경할 수 있는 공간도 있다.
하얀 장미에 일부러 파란색을 물들인 것 같은 신기한 장미.
색상은 마음에 들었지만 속이 너무 꽉 차있어 미적으로는 조금 떨어진다는 느낌이 들었던 장미.
흔히 볼 수 있는 형태와 색상의 장미.
하나의 가지에 조금씩 다른 여러 가지 색깔의 장미가 피어있다. 어떻게 하면 이렇게 될 수 있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붉은 장미만큼 매혹적이지는 않았지만 노란 장미의 화사하고 선명한 색상도 마음에 들었다.
꽃 외에도 다른 볼거리도 많았다. 여러 업체 및 단체에서 나와 구경도 하고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부스가 마련되어 있었다. 이곳은 천연 염료로 천을 염색하는 곳이었다. 노란색이 아주 예쁘게 나왔다.
솜사탕
행사에 먹거리가 빠지면 섭섭하다 귀여운 캐릭터 솜사탕을 파는 가게를 비롯해 즉석에서 스테이크를 구워주는 곳, 스시 등 여러 종류의 푸드트럭을 볼 수 있었다. 저마다 특색 있는 메뉴를 취급하는 푸드트럭이 요즘은 대세인가보다.
여의도공원에는 1945년 해방 이후 중국에 있던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요인들을 태우고 여의도 비행장에 착륙했던 C-47 수송기와 같은 기종이 전시되어 있다.
공군 창군 60주년 기념탑 또한 여의도공원에 있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랴. 공군병 출신이라 안 찍고 지나갈 수 없었다.
고양 화전동 대한송유관공사 화재
태풍으로 구름이 씻긴듯 사라져서 하늘이 맑았는데, 국회의사당 뒷편으로 먹구름 같은 것이 보인다.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화전동에 있는 대한송유관공사의 휘발유 탱크가 폭발해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더니 그 연기가 여의도에서도 보이는 모양이다. 아무쪼록 빨리 진압되길 빈다.
돌아가는 길에 강남 고속버스터미널 지하상가에 들렀다. 여성복을 취급하는 가게가 많아서 그런지 연인보다는 친구, 모녀지간으로 보이는 사람들로 붐볐다. 몇 년 전에 갔을 때는 거의 한국인 위주였는데, 어떻게들 알고 오는건지 이제는 외국인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빽다방
지하상가 입구에 빽다방이 있는데 지하상가에 가는 사람들마다 여기서 하나씩 사들고 가는듯 빽다방 컵을 들고다니는 사람들이 제법 눈에 띄었다. 빽다방이 생긴 이래 처음으로 가봤는데 확실히 맛은 그럭저럭이지만 가성비만큼은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저 정도 양의 아이스라떼가 겨우 3천원이라니. 페이코로도 결제가 가능하니 앞으로 자주 이용해야겠다.
20대까지는 꽃에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고 살았는데, 점점 나이를 먹으면서 감수성이 풍부해진 탓인지 꽃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봄에는 도쿄와 오사카에서 벚꽃을 실컷 즐겼고, 여름에는 능소화라는 꽃을 알게 됐으며, 가을 들어서는 가까운 곳에서 열리는 꽃 축제를 찾아다니고 있다. 지난 번에 갔던 신촌국제꽃시장은 생각보다 꽃이 너무 적어 조금 실망했던 것이 사실인데, 이번 서울정원박람회에서는 다양한 꽃을 실컷 볼 수 있어서 만족스러웠다.
혹시 아직 안 가봤다면 10월 9일까지 행사가 이어지므로 공휴일을 이용해 가족, 친구나 연인끼리 예쁜 꽃을 즐기면서 추억도 남기고, 근처에 있는 세종대왕 동상을 구경하며 한글날의 의미도 되살려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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