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먹어서 좋은 점을 찾는 것보다 나이 먹어서 서럽고 안 좋은 점 찾는게 훨씬 쉽다고는 하는데, 종목을 막론하고 스포츠의 네임드 선수들이 세월의 흐름을 이기지 못하고 하나둘씩 코트에서, 그라운드에서 사라질 때마다 그 말이 더욱 피부에 와닿는다.
바로 오늘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마누 지노빌리가 16년 간의 커리어를 마감하고 은퇴를 선언했다.
통산 득점 14,043점에 한 시즌도 평균 득점이 20점을 넘긴 적이 없다. 올스타전도 감독 추천으로 두 번 출전하는 데 그쳤고, All-NBA Team도 써드팀에 두 차례 이름을 올렸을 뿐이다. 개인스탯으로만 보면 그는 흔한 올스타급 선수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는 팀원들과 함께 할 때 가장 빛을 발했다. 샌안토니오에서는 득점, 리딩, 패스, 수비 등 거의 모든 분야에 관여하고, 다재다능한 능력을 100% 발휘하며 팀의 네 차례 우승에 크게 기여했다. 아르헨티나 국가대표로 활동할 때는 팀의 중심으로 활약하며 2004 아테네 올림픽에서는 금메달을,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는 동메달을 조국에 바쳤다.
(사진 출처: 마누 지노빌리 트위터)
그의 머리가 풍성하던 시절에는 늘 LA 레이커스를 괴롭혀서 개인적으로는 그가 너무나도 얄미웠지만, 점점 레이커스와 부딪힐 일이 적어지고 그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게 되면서 도저히 미워할 수 없는 선수가 됐다.
토니 파커가 샬럿 호네츠와 계약했다는 소식을 듣고 다음 시즌 지노빌리가 많이 외로울거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면서도 비록 파커는 떠났지만 지노빌리는 남아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오늘 이렇게 지노빌리의 은퇴 소식을 접하고 나니 어쩌면 파커는 마누가 코트를 떠난다는 사실을 이미 알았거나 적어도 짐작을 하고 이적이라는 결정을 내린게 아니었나 싶다.
아침부터 비는 쏟아지듯 내리는데 그의 은퇴 뉴스에 올 것이 왔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면서, 늘 그랬듯 다음 시즌에도 코트를 누빌 것만 같던 그의 창의적이고 센스 넘치는 플레이를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아쉽다. 앞으로 새롭게 펼쳐질 그의 인생 2막에도 행운이 가득하길 빈다.
'NBA' 카테고리의 다른 글
NBA의 영구결번 (2018.08.08 현재) (0) | 2018.08.08 |
---|---|
2013년 7월 2일에 썼던 NBA 일기 (0) | 2014.06.22 |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우승을 보며 (4) | 2014.06.21 |
2014 동부 & 서부 컨퍼런스 파이널 프리뷰 (0) | 2014.05.18 |
[NBA] NBA 선수들의 등번호 한글 버전 (2014.02.26) (0) | 2014.02.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