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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at LA/경기 결과

LA 레이커스, 서부컨퍼런스 1위로 시즌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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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감격스럽습니다. 1999-00시즌 이후 8년만에 서부의 최강자로 우뚝 섰습니다. 리그 최고의 센터 샤킬 오닐과 함께 했을 당시에도 단 한 번밖에 올라보지 못했던 자리에 코비 브라이언트가 중심이 된 젊은 LA 레이커스가 올라 선 것입니다.



레이커스, 이번 시즌 얼마나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습니까. 아마 이 팀만큼 한 시즌에 여러 차례 롤러코스터를 타고도 1위를 차지한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 것입니다.



일단 지난해 플레이오프 1라운드 탈락 후 코비의 트레이드 요구로 팀이 발칵 뒤집혔죠. 필 잭슨 감독을 비롯해 매직 존슨, 레지 밀러의 설득으로 간신히 트레이드 요청은 철회했지만 여전히 불씨는 남아있었고, 많은 팬과 전문가들은 이 사태가 팀 케미스트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으리라 생각했습니다. 누군들 다른 예상을 할 수 있었을까요. 코비가 팀에 잔류하긴 했어도 선수 보강이라고는 과거의 동료 포인트가드 데렉 피셔 뿐이었습니다. 전년도까지 주전 1번을 맡았던 스무쉬 파커보다 수비에 적극적이고 중요한 순간에 슛을 성공시킬 수 있는 선수이지만, 피셔의 가세가 곧 상위권 도약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것은 불보듯 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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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로나마 상처가 봉합된 상태에서 시즌은 시작됐습니다만, 개막전에서 코비가 난사쇼를 벌이고도 휴스턴 로켓츠에 패하고 말았습니다. 비록 한 경기를 치렀을 뿐이었으나, 이러다 연패에 빠지게 되면 팀 분위기는 더욱 험악해지고 결국 코비는 트레이드되고 말 것이라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습니다.



다행히 다음 경기였던 피닉스 썬즈와의 원정 대결에서 설욕에 성공하며 반전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연승과 연패를 번갈아 하던 상황에서 로스터에 작은 변화가 생겼습니다. 좋은 3점 능력을 갖고 있지만 수비와 리바운드 부족에 마인드가 적극적이지 못한 브라이언 쿡, 코비의 백업으로 출전하며 허슬 플레이가 무엇인지 보여줬지만 득점에 기복이 있었던 모리스 에반스를 올랜도 매직에 내주고 대신 득점력은 기복이 있지만 운동능력을 바탕으로 한 수비가 괜찮은 편인 트레버 아리자를 영입했습니다.



이후 득점욕을 자제하고 팀원들을 살리는 데 주력한 코비와 골밑에서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친 앤드루 바이넘 등 주전들이 앞에서 끌고, 조던 파마, 트레버 아리자 등 주전들이 쉬고 있을 때 스타팅 멤버에 맞먹는 모습을 보여준 백업 선수들이 뒤에서 밀며 레이커스호는 거침없는 행진을 이어나갔습니다. 특히 오로지 할 줄 아는 것이라고는 '받아먹기'밖에 없지만 자신의 유일한 장기를 잘 살린 바이넘의 플레이는 정말 돋보였습니다. 덕분에 레이커스는 7연승에 성공, 이번 시즌 들어 처음으로 서부컨퍼런스 1위 자리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이대로만 가면 서부 우승까지는 아니더라도 충분히 상위시드를 받고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것은 아무 문제가 없어보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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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호사다마라고 했던가요. 바이넘과 아리자 모두 2개월 이상 결장이 불가피한 부상을 당하며 전력에서 이탈해버렸습니다. 주전 센터와 핵심 벤치멤버의 이탈로 인해 레이커스의 상승세는 꺾여버렸고 그들의 앞에는 한없는 추락만이 남은 것처럼 보였습니다. 지난 시즌도 출발은 좋았지만 주전들의 부상으로 인해 간신히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데 만족해야 했죠. 아니나다를까 피닉스, 샌안토니오 스퍼스, 댈러스 매버릭스,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 등 강팀들에 연달아 패배했고, 분위기가 다운된 상황에서 지옥과도 같은 원정 9연전을 치러야 했습니다. 첫 경기였던 디트로이트 피스톤스 전에서 역전패당할 때까지만 해도 5승 4패면 감지덕지라는 생각을 했습죠.



그런데 다음 경기인 토론토 랩터스 전을 앞두고 기적과도 같은 일이 일어났네요. 멤피스 그리즐리스의 빅맨 파우 가솔이 트레이드를 통해 레이커스에 합류하게 된 겁니다. 비록 이 경기와 워싱턴 위저즈 전에 출전하지는 못했지만 가솔의 존재로 인해 레이커스는 험난했던 원정을 7승 2패의 호성적으로 마칠 수 있었습니다. 더불어 10연승을 달리며 다시금 컨퍼런스 1위로 도약했습니다. 코비와 가솔은 몇 년간 한솥밥을 먹은 것처럼 환상의 호흡을 과시했고, 둘의 활약으로 인해 다른 선수들도 더불어 스탯 상승의 효과를 누렸습니다. 특히 지난 3년간 실망스러운 모습만 보여줬던 라마 오덤의 각성은 놀라움 그 자체였습니다. 부담감을 떨쳐낸 탓인지 공수 양면에서 적극성을 보이며 코비와 가솔을 보좌했습니다.



이제 뉴올리언스 호넷츠-휴스턴-댈러스-유타로 이어지는 원정 4연전의 고비를 3승 1패 정도의 성적으로 넘길 수만 있다면 컨퍼런스 1위 굳히기에 들어갈 수 있다고 봤습니다. 일단 뉴올리언스를 잡는게 중요했기 때문에 당연히 그 경기에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경기 시작 후 2분 만에 가솔이 부상을 당하자 이내 게임은 싱겁게 변해버리고 말았습니다. 당장 그 경기는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남은 3경기에 가솔이 출전할 수만 있다면 못해도 2승 2패는 가능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진단 결과는 2주 이상 아웃이었습니다. 이제는 1승 3패도 고마워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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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휴스턴과의 대결에서 패하며 22연승의 제물이 된 레이커스... 이어진 댈러스, 유타와의 대결도 졸전 끝에 패하지 않을까 하는 예상을 비웃듯 전반부터 총력을 기울이며 두 경기 모두를 잡는 데 성공했네요. 이런 기적같은 일이 또 있을까요. 비록 이후 샬럿 밥캣츠, 멤피스 그리즐리스에 덜미를 잡혀 도로아미타불이 됐지만, 만약 그때의 원정에서 4전 전패를 당했다면 레이커스 선수들의 분위기는 참담하리만큼 다운됐을 겁니다. 그러고는 5위권에서 놀고 있었겠죠.



다행히도 가솔이 빨리 컴백했고 마지막 고비였던 뉴올리언스-샌안토니오-새크라멘토 킹스 전을 모두 승리로 장식하고 8년만에 서부컨퍼런스 1위를 차지했습니다. 코비의 MVP 가능성이라든지 이제부터 치열하게 펼쳐질 플레이오프에서 살아날 수 있을지 하는 생각은 뒤로 넘기고 일단 서부 1위로 시즌을 마친 것 자체를 즐기고 싶네요. 주축 선수들의 잦은 부상 속에서도 올해처럼 치열했던 적이 없었던 순위 경쟁에서 끝까지 살아남아 서부 1위라는 고지를 점령한 레이커스, 정말 대단하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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