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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09.04 [미국 서부 여행기] (4) 첫날부터 파란만장했던 미국여행 (22)

로스앤젤레스 공항(LAX) 근처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예약한 모텔로 이동했다. 출국하기 전날 집에서 구글로 검색해보니 한 번 환승해야된다고 나와서 Florence/Western 정류장에서 내렸다.

 

주변은 평범한 동네 같았고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패스트푸드 체인 잭 인 더 박스(Jack in the box)였다. 배가 그리 고픈건 아니었지만 마지막으로 기내식을 먹은 후 시간이 꽤 지났고, 평소 NBA 중계를 보면서 자주 들어본 브랜드라 이왕 내린 김에 여기서 한 번 먹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잭 인 더 박스(Jack in the box)플로렌스 & 웨스턴에 있는, 겉보기에는 아주 평범한 동네 햄버거 가게(사진 출처: Yelp)

그렇게 친구와 나는 호기롭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는데...

방탄유리(Bulletproof glass)이거 방탄유리야, 이...(사진 출처: Yelp)

세상에.. 점원이 있는 공간과 손님이 있는 곳이 유리로 분리되어 있다. 음식이 나오는 부분만 트레이 사이즈에 맞게 구멍이 나 있을 뿐이었다. 점원과 우리의 사이를 막고 있던건 영화 <아저씨>에서 김희원이 침을 튀겨가며 외치던 바로 그 방탄유리였다.

 

그저 평범한 동네 햄버거 가게인줄 알고 들어왔는데 방탄유리라니. 이곳의 치안은 대체 얼마나 안 좋은건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치안이 안정된 국가에서 이런거 모르고 살던 평범한 청년인 우리는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차라리 그 때 나갔어야 했는데 이미 주문은 들어갔고, 미국 햄버거를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뇌를 지배했던건지, 아니면 기내에서 잠을 제대로 못 자 사고회로가 제대로 안 돌아갔던건지, 그것도 아니면 흔히 말하는 객기가 발동해 겁대가리를 상실했던건지. 왜 굳이 거기서 먹고 가겠다는 선택을 했는지 지금까지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친구가 먼저 주문하고 내 차례를 기다리는데 흑인 남자 한 명이 내게 접근했다. 자기가 갖고 있는 1달러 어치 동전을 지폐와 바꾸잔다. 처음에는 여행하다보면 동전이 필요해질 것 같아 솔깃했는데, 사기치는 것 같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그래서 거절한다는 말을 하고 있는데 방탄유리 너머에 있던 점원이 빨리 꺼지라면서 그 흑인을 내쫓았다. 아무래도 상습범이었나보다. 딱 봐도 갓 여행 온 티가 나는 우리가 제일 만만했을게 뻔했다.

 

갓 만든 햄버거 세트를 먹으려고 자리에 앉았는데 이번에는 흑인 여성 한 명이 우리에게 다가왔다. 피부가 좋은 편이고 글래머러스한 체형에 과감하게 파인 레오파드 스타일의 옷을 입었다. 그래미나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나 볼 법한 패셔니스타 느낌이었다.

 

그런 그가 우리에게 와서 뭔가 말을 거는데 웅얼거려서 잘 들리지 않았다. 다시 한 번 말해달라고 'Pardon?'하는데 무슨 정형돈도 아니고 돌아온 대답은 뜻밖에도 'Give me one dollar'였다.

 

어딜가나 파워 당당할 것 같은 외모와 스타일을 가진 사람이 개미 기어가는듯이 자신없는 목소리로 구걸을 하는 모습에 엄청난 괴리감이 느껴졌다. 차라리 옷차람이라도 허름했다면 다른 결정을 했을텐데, 무슨 숨겨진 사연이 있는지 알 수 없지만 멀쩡하게 생긴 사람이 이런 식으로 돈을 모아서 꾸미고 다니는건가 하는 생각이 들어 거절하기로 했다.

얼티밋 치즈버거?잭 인 더 박스의 얼티밋 치즈버거?

그렇잖아도 불안했는데 이 가게에 온 짧은 시간동안 별 일을 다 겪다보니 1분이라도 빨리 여기를 뜨고 싶었다. 햄버거 포장지를 열어서 한 입 베어무는데 아삭한 느낌이 없고 느끼했다. 순살 패티인 것까지는 좋았는데 양상추가 없는 버거를 시켰나보다. 미쿡에서 처음으로 본고장의 햄버거를 맛본다는 기대감이 너무 컸던 것 같다. 결국 반쯤 먹다가 포기하고 서둘러 매장을 빠져나갔다.

 

며칠 뒤에 우리가 묵었던 모텔에서 일하는 대만 출신 직원과 대화를 하다가 이 때 겪은 일을 얘기했더니, 우리가 갔던 그 동네가 치안이 별로 안 좋은 곳이라며 자기도 그쪽으로는 잘 안 간다는 말을 해줬다. 그러고보니 처음엔 미국은 다 저런가보다 하는 생각도 했는데 이 때 이후로 가본 다른 곳에서는 방탄유리가 설치된 것을 본 적이 없다.

영수증그 때 받은 영수증이 아직도 있었다

나중에 구글에서 다시 검색해보니 공항에서 모텔까지 지하철로 이동하는 경로가 있었는데, 그때는 왜 버스로 가는 가는 길을 알려줬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덕분에 기억에 남을만한 일을 겪어서 이렇게 이야기 소재로 써먹게 됐으니 어떻게 보면 다행인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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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턴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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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uhastory.tistory.com BlogIcon 유하v 2018.09.05 00:3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미국여행 궁금하네요 ㅎㅎㅎ

  2. Favicon of https://enomoosiki.tistory.com BlogIcon 행복사냥이 2018.09.05 12:0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서부하면 갈 때가 많죠. 헐리우드와 라라랜드 촬영지 천문대도 가보셨죠? 다음편이 기대됩니다.^^

  3. Favicon of https://happyjini.com BlogIcon HAPPYJINI 2018.09.05 12:1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엘에이에서 몇년을 살았는데 한번도 본적이 없는
    방탄유리를 여기서 보네요... 미국 거지들은 겉으로 멀쩡해 보이는 사람들 많아요... 대부분 약을 사려는 경우가 많아서 불쌍하지만 안주는게 더 나을때도 있어요..
    포스팅 잘 보고갑니다.
    즐거운 하루되세요~

    • Favicon of https://hyunby1986.tistory.com BlogIcon 턴오버 2018.09.05 14:4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방탄유리가 흔한게 아닌가보네요 ㄷㄷㄷ
      구글 덕분에 좋은(?) 구경 한 것 같습니다.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4. Favicon of https://invitetour.tistory.com BlogIcon 휴식같은 친구 2018.09.05 13:0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섬뜩했겠는데요.
    돈을 구하는 여자도 럭셔리하게 구걸하네요.ㅎ
    총기소지가 허용된 나라라서 방탄유리가 등장했나 봅니다.ㅎ

  5. 2018.09.05 14:0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6. Favicon of https://mins-world-travel.tistory.com BlogIcon 민's 마마 & 파파 2018.09.05 18:5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미국 여러번 가봤지만 방탄유리는 처음 보네요. 주로 서부쪽 큰동네만 가봐서 그런가 봐요. 그래도 LA 조금 외곽으로 나가니 무섭긴 하더라구요. 왠지 밖에 돌아다니면 안될것 같은... 여행기 정리중이신거 같은데 많이 많이 올려 주세요. 저도 여행기를 사진보면서 하나씩 끄집어 내고 있는데 쉽지는 않네요 ㅎㅎ

  7. Favicon of https://whiteheadyouth.tistory.com BlogIcon                2018.09.05 18:5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기브미 원달러에 혹시 원달러 기부해주셨나요? ㅎㅎㅎ

  8. Favicon of https://artboy019.tistory.com BlogIcon 카라멜땅콩 2018.09.06 08:2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무서워요
    여행은 좋지만~~
    방탄유리라니~~

  9. Favicon of https://kakaokakao.tistory.com BlogIcon 럭키사이다 2018.09.06 21:0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 흑인분들 무섭네요. 그래도 재치있게 잘 피해나가신 것 같아요^^ 방탄유리라 정말 생소하네요. 미국은 어찌보면 참 무서운 나라인 것 같아요.

    • Favicon of https://hyunby1986.tistory.com BlogIcon 턴오버 2018.09.06 23:2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대체로 사람들도 다 친절한 것 같고 여유가 있어보였는데, 유독 저 동네만 그랬던 것 같아요.
      저런 동네는 일단 안 가는게 최고고, 이미 갔다면 그냥 빨리 지나치는 것이 상책인 것 같습니다^^;

  10. Favicon of https://hititler.tistory.com BlogIcon 히티틀러 2018.09.06 23:0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방탄유리로 된 햄버거 가게에 대놓고 구걸하는 사람이라니...
    저 라면 무서워서라도 1달러 줬을 거 같아요.
    저는 아직 미국을 안 가봤는데, 미국쪽 햄버거가 우리나라 사람들 입맛에는 잘 안 맞는다고 해요.
    맥도날드가 처음 한국 진출했을 때 치즈버거, 빅맥 같은 게 한국인의 입맛과는 괴리가 있어서 고전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도 별일 없어서 다행이에요.
    미국은 총기소유가 자유다보니 잘못하면ㅠㅠ

    • Favicon of https://hyunby1986.tistory.com BlogIcon 턴오버 2018.09.06 23:3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 맥도날드가 처음 들어왔을 때는 그런 사연이 있었군요;;
      미국에 잠깐 갔던거지만 스포츠도 워낙 좋아하고 거의 다 마음에 들어서 미국에서 살아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는데, 유일하게 걸리는게 바로 저 총이었어요;;
      하루에도 수십 명이 총기사고로 죽는다는데 왜 저걸 안 없애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네요.

  11. Favicon of https://essen2.tistory.com BlogIcon Essen. 2018.09.08 08:3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미 서부 여행기 흥미진진하네요
    차근차근 모두 읽어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