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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2009.03.16 [WBC] 지루했던 일본 vs 쿠바 전 (10)

도쿄 신주쿠

도쿄 생활 2018.10.03 02:21

집(나카노)에서 가장 가까운 번화가이자 일본에서 살던 1년 중에 최소 300일은 지나쳤던 곳이다. 물론 환승 때문에 그냥 지나친 적이 대부분이었지만, 퇴근 후에 잠깐 들러서 쇼핑하기에도 부담 없고 주말에 가서 구경하기에도 좋았다. 정기권이 있었던 덕분에 가고 싶으면 하루에 몇 번이라도 갈 수 있었다. 일본 생활 초기에는 돈도 아끼고 동네 구경도 할겸 걸어서 가보기도 했는데 50분 정도면 신주쿠에 도착했다.

신주쿠역 동쪽 출구신주쿠역 동쪽 출구

5개 회사(JR, 오다큐, 케이오, 도영지하철, 도쿄메트로)의 노선 9개(야마노테선, 사이쿄선, 쇼난신주쿠라인, 츄오 쾌속선, 츄오-소부선 각역정차, 오다와라선, 케이오선, 오에도선, 마루노우치선)가 지나가는 신주쿠역이 있다. 세계에서 하루 평균 이용객이 가장 많은 역으로 기네스북에 올라있을 정도다.

신주쿠역 13, 14번 플랫폼신주쿠역 13, 14번 플랫폼

JR만 해도 노선이 다섯 개에 플랫폼이 16개다. 당연히 출퇴근 시간마다 붐비는데, 특히 전철에 구겨지듯 타야하는 출근시간대가 최악이다. 야마노테선은 2~3분마다 한 대씩 올 정도로 배차간격이 짧은데도 항상 꽉꽉 찬다. 고탄다-오사키-시나가와 쪽에 있는 회사에 다니는 승객이 많으므로 만약 신주쿠에서 탈 때 자리가 없었다면 거의 시나가와까지 쭉 서서 가야한다.

 

여러 노선이 지나는만큼 신주쿠역은 굉장히 넓고 출구도 많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인천의 부평역 지하던전에 해당하는데 외국이라 더 복잡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길눈이 밝은 편이고 자주 다니다보니 익숙해져서 별로 헤매지 않고 목적지를 잘 찾았다(오히려 가장 복잡하게 느껴졌던 곳은 이케부쿠로역이었다).

빅쿠로빅쿠로(빅카메라+유니클로)

신주쿠에 본사나 지사를 둔 회사도 많고 도쿄 도청, 신주쿠 구청 같은 대규모 관공서도 있는 번화가라 유동인구가 엄청나다. 이세탄, 오다큐, 케이오, 타카시마야, 마루이 등 기존의 대형 백화점들이 각축을 벌이는 가운데 루미네에 뉴우먼까지 생겨 쇼핑할 곳이 정말 많다. 우리나라의 하이마트에 해당하는 종합가전매장 빅카메라와 요도바시카메라도 있어서 가전제품 사기에도 좋다.

멘야무사시멘야무사시

주변에 먹을 곳도 많은데 주로 갔던 곳은 라멘집이었다. 매달 비싼 집세에 서울에 있는 집으로 송금도 하느라 항상 여유가 없어서 어쩌다 한국에서 친구들이 놀러오면 같이 가서 먹는 정도였다. 츠케멘으로 유명한 멘야무사시, 역시 츠케멘으로 알려져 있고 갈 때마다 사람들이 줄서있는 타츠노야, 양기 많기로 소문난 지로우라멘, 한국 못지 않게 맵고 진한 라멘을 먹을 수 있는 나카모토 등 맛집이 즐비하다. 신기하게도 네 군데 라멘집이 반경 100미터 안에 몰려있다.

기노쿠니야 서점기노쿠니야 서점

가장 좋아했던 곳은 동쪽 출구 앞이었다. 나가면 바로 앞에 초대형 스크린으로 뮤직비디오를 틀어주는 스튜디오 알타 건물이 있는데(스크린을 보려면 가부키쵸 입구 쪽으로 가야한다), 마침 지나갈 때 K-POP 가수의 노래가 나오면 괜히 반갑게 느껴진다. 일본 최대의 서점 기노쿠니야 서점도 자주 들렀던 곳이다. 빅카메라와 유니클로가 같은 건물에 있는 빅쿠로, ABC 마트,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무인양품(무지루시)도 있다.

신주쿠 돈키호테신주쿠 돈키호테

동쪽 출구에서 길을 두 번 건너면 가부키쵸가 나온다. 가부키쵸 입구에는 24시간 내내 영업하는 돈키호테가 있다. 워낙 유명한 곳이라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지만, 사실 다른 지역의 돈키호테나 다른 드럭 스토어에 비해 가격이 비싼 편이다. 차라리 우에노 아메요코 시장에 있는 드럭 스토어에서 사는 편이 이득이다.

가부키쵸가부키쵸 입구

유흥의 거리인 가부키쵸는 게임 <용과 같이(龍が如く)> 시리즈의 배경이 된 곳이기도 하다. 술집이 줄지어 늘어서 있고 좀 더 안으로 들어가면 호스트바가 널려 있다. 옆 동네로 가면 게이바들이 몰려있는 거리가 있다고 하는데 그쪽으로는 가보고 싶은 생각이 조금도 들지 않았다.

가부키쵸가부키쵸

해가 지고 나서 가부키쵸에 들어서면 삐끼들이 저마다 자기네 가게로 오라며 호객행위를 한다. 한 번은 한국에서 놀러온 후배와 그곳을 지나가다 몇 명이 말을 걸어오는지 세어본 적이 있는데 무려 열 명이 넘었다. 개중에는 짧은 한국어로 말을 거는 이도 있었다. 걷다보면 무료안내소라고 간판을 내건 곳이 있는데 여기는 조심해야한다. 잘 모르고 갔다가 터무니 없이 바가지쓰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토호시네마 고질라토호시네마 고질라

가부키쵸 입구에서도 보이는 토호시네마 건물 위에는 고질라가 있다. 존재 자체만으로도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명물인데, 매시 정각이 되면 긴장감 넘치는 음향이 흘러나오면서 눈과 발톱에 불이 들어오고 입에서는 불을 뿜는 광경을 목격할 수 있다. 정시가 되기 전에 가서 한 번쯤 보는 것도 좋다.

토호시네마 신주쿠점토호시네마 신주쿠점

그레이스리 호텔과 같은 건물에 있는 토호시네마는 우리나라의 CGV나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같은 멀티플렉스 체인이다. 일본에서 업계 2위라는데 영화관이 대부분 깔끔하고 안락한 우리나라와 달리 지점마다 편차가 있는듯 하다. 시부야점에 가본 지인의 말에 따르면 좌석이 오래 돼서 시트 일부가 뜯거져 있는 자리도 있었다고 한다. 다행히도 <기도의 막이 내릴 때>를 보러 갔던 신주쿠점은 2015년에 오픈해서 우리나라 영화관과 별 차이가 없었다.

모드학원 코쿤타워모드학원 코쿤타워

서쪽 출구로 나가면 특이하게 생긴 건물이 우뚝 솟아있다. 전문학교인 모드학원에서 세운 코쿤타워이다. 건물의 생김새만 봐도 자유와 창의성이 느껴진다. 참고로 오사카와 나고야에 있는 모드학원 건물도 이것 못지 않게 특이하다.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금권샵들이 늘어서 있다. 기차표부터 영화, 전시회, 야구, 공연 등 여러 가지 티켓을 정가보다 싸게 구입할 수 있는 곳이다. 일본에서 처음으로 야구를 직관할 때도 여기서 단돈 5백 엔에 외야석 교환권을 사서 가기도 했고, 청춘 18 티켓을 살 때도 이 곳 금권샵들을 기웃거렸다.  

 

금권샵 안쪽 골목은 야키토리(닭꼬치) 냄새가 식욕을 자극하는 오모이데오코쵸다. 야키토리 뿐만 아니라 호르몬(곱창) 구이집들도 많은데, 무슨 이유 때문인지는 몰라도 혐한인 집도 있다고 하니 주의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도쿄 도청도쿄 도청

서쪽 출구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지 않고 화살표를 따라 지하도를 10~15분 정도 걸어가면 도쿄 도청이 나온다. 유명 건축가 탄게 켄조의 작품으로 48층에 높이가 243미터에 달하며 건물 자체가 랜드마크이다. 도쿄에는 스카이트리, 도쿄타워, 록본기 힐즈 등 전망대가 많은데 거의가 유료다. 도쿄 도청은 가장 좋은 무료 전망대이다. 맑은 날에는 후지산이 보인다고 하는데 내가 올라갔던 날은 살짝 흐려서 아쉽게도 볼 수 없었다. 남쪽 전망대와 북쪽 전망대가 따로 있으므로 두 군데 다 가보는 것이 좋다.

신 남쪽 출구신 남쪽 출구

새로운 남쪽 출구로 나가면 바스타 신주쿠가 있다. 우리로 따지면 서울의 강남 고속버스 터미널에 해당한다. 전국 각지를 오가는 버스가 모이는 곳인데 안 가는 지역도 은근히 많다. 일본에 있는 동안 도쿄 밖으로 이동할 때는 전철만 타서 결국 한 번도 이용해보지 못했다. 앞으로는 일본으로 여행을 가도 원거리 이동시에는 JR 패스를 이용할 계획이라 저기서 버스 탈 일은 어쩌면 영영 없을지도 모르겠다.

신주쿠역 동쪽 출구 앞신주쿠역 동쪽 출구 앞

뭔가 안다는 듯이 주저리주저리 써놨지만 아직 못 가본 곳도 너무나 많다. 마지막 6개월간 주 6일을 일하느라 일요일은 집에서 쉬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다소 무리를 하더라도 돌아다닐걸 그랬나보다. ABC 마트에서 사지 못한 신발, 기노쿠니야 서점에서 못 산 책들, 아직 못 가본 맛집들도 아쉽지만 무엇보다도 눈 감으면 그려지는 신주쿠 거리 자체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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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턴오버

도쿄 긴자

도쿄 생활 2018.08.17 08:24

살던 동네 제외하고 일본에서 가장 좋아했던 곳이다. 줄지어 늘어선 고층빌딩이 서울을 연상시키면서도 긴자만의 독특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2016년 11월, 처음 일본으로 여행을 떠났을 때 머물던 호텔이 바로 긴자에 있었다. 신바시역에 내려서 캐리어를 끌고 숙소를 찾으며 걷던 때가 생생하게 기억난다. 그동안 영상으로만 질리도록 보던 곳을 실제로 걷고있다는게 스스로도 믿기지 않았다. 눈앞에 있는 모든게 신기해서 촌놈인 것마냥 두리번거리면서 돌아다녔다.

마주보고 있는 와코백화점과 미츠코시백화점

세이코 시계탑으로 유명한 긴자의 상징 와코백화점. 이상하게도 여기만 가면 마음이 편했다.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대도시의 번화가이면서도 예스럽고 아날로그적인 느낌이 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거리 긴자. 그 절반은 와코백화점 시계탑이 공헌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정작 쇼핑은 맞은 편에 있는 미츠코시백화점에서 한다. 데파치카(직역하면 '백화점 지하'. 지하에 있는 식품코너를 가리킨다)를 둘러보면 진열된 모든 음식이 다 먹음직스러워보인다. 도지마롤로 유명한 몽셰르(구 몽슈슈), 도미니크 안셀(베이커리), 장 폴 에방(초콜렛), 도라야(화과자), 분메이도(카스테라) 등 여러 디저트 브랜드들을 한 곳에서 만날 수 있다. 달달한거 좋아하는 나같은 사람들에게는 그야말로 천국이다.

유니클로가 무려 12층!

2017년 긴자식스도 새롭게 오픈했다. 여행갔을 때만 해도 아직 건축중이었는데 어느새 완공이 되더니 벌써 긴자의 명소로 자리잡았다. 미츠코시 뒷편에는 마츠야백화점도 있고 길건너면 애플스토어가 있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문구점 이토야, 장난감 백화점 하쿠힌칸에 거리 양옆으로 늘어선 명품샵까지. 아, 12층까지 있는 유니클로와 지유를 빼먹었다. 일본인, 외국인 가릴 것 없이 지갑을 꺼내게 만드는 곳들이 너무나도 많다. 당연하게도 중국인 단체관광객들의 필수 코스 가운데 하나다.​

일본 3대 우동인 이나니와우동 전문 사토 요스케

일본 3대 우동 중 하나인 이나니와우동 전문 사토 요스케, 츠케멘 맛집 오보로즈키, 150년 전통의 튀김 전문점 긴자 텐쿠니, 맛도 가격도 기가 막힌 식빵을 맛볼 수 있는 센트레 더 베이커리, 400년 넘게 전통을 이어온 화과자집 토라야, 메이지유신 직후 창업해 최초로 단팥빵을 만든 기무라야소혼텐, 존 레논 - 오노 요코 부부가 3일 연속 방문한 것으로 유명하고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카페라는 카페 파울리스타, 화장품 회사인 시셰이도가 운영하는 레스토랑 시셰이도 팔러, 삿포로 맥주와 다양한 안주를 골라먹는 재미가 있는 긴자 라이언 비어홀 등 거리의 명성에 걸맞는 맛집도 참 많다.​

사람들에게서 휴일의 여유가 느껴진다

긴자는 평일에도 관광객이 많고 주말이 되면 쇼핑하러 온 일본인들까지 몰려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리마다 여유가 넘친다. 주말 오후가 되면 차량 통행을 통제해서 도로가 온전히 보행자들을 위한 공간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날씨 좋은 날 보행자 천국이 된 길을 걷고 있으면 일본에서 가장 번화한 거리 전체가 마치 내 것이 된 것 같은 기분이다. 사진 찍기에도 좋아서 카메라나 스마트폰을 든 사람, 포즈를 취하는 사람들을 여기저기서 발견할 수 있다.



와코백화점에서 미츠코시백화점 쪽으로 길을 건너서 그대로 5분 정도 더 걸어가면 일본의 전통극 가부키 전문극장인 가부키자가 있다. 대사가 옛날에 쓰던 말이라 웬만큼 일본어 배웠다는 사람도 이해하기 힘들다고 한다. 하지만 영어로 된 자막 가이드를 빌려준다고 하니 일본의 전통문화를 체험하는 의미에서 한 번쯤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가부키자 가던 방향으로 10분 정도 더 걸으면 일본 최대의 수산시장이라는 츠키지시장이 나온다. 시간이 아깝다면 도쿄메트로 히비야선을 이용해 츠키지역에서 내리면 된다. 신선한 해산물로 만든 요리는 물론 싱싱한 재료로 갓 만든 초밥을 먹기 위해 찾아온 관광객들로 새벽부터 붐빈다. 다이와스시, 스시코, 스시다이, 스시세이 등이 유명한데, 보통 오후 1시쯤 되면 영업을 마감하는 데다가 새벽 5, 6시에 가도 줄을 서야하기 때문에 정말 먹고 싶다면 잠을 포기하고서라도 일찍 가는 것이 좋다.



최근에는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에서 백종원 씨가 다녀간 초밥집 벤토미, 호르몬동(곱창덮밥)집 키츠네야도 방송을 탄 덕에 한국인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고 하니 꼭 찾아가거나 아니면 스킵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긴자는 도쿄메트로 긴자선, 히비야선, 마루노우치선 긴자역에 내리면 한 번에 긴자 한복판에 도착할 수 있다. 하지만 출구가 30개 정도 되기 때문에 초행길이거나 길치면 헤매기 딱 좋다. JR 야마노테선 유라쿠쵸역이나 신바시역에서 내려도 조금만 걸으면 쉽게 찾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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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턴오버

도쿄 나카노

도쿄 생활 2018.08.03 07:50

도쿄도 나카노구. 일본에 1년간 머무는동안 살았던 곳이다.



JR 츄오선, 도쿄메트로 도자이선 나카노역에서 도보 10분 거리에 집이 있었다. JR과 도쿄메트로는 서로 다른 회사라 역과 선로를 따로 운영하는데, 나카노역은 개찰구도 같고 일부 구간에서 같은 선로를 이용한 덕분에 이용하는 입장에서는 아주 편리했다. 츄오선은 일반 열차는 물론 도쿄 서부와 도쿄역 사이를 운행하는 쾌속이 있는데, 나카노역은 쾌속이 정차하는 곳이라 이것 역시 좋았다. 일반열차를 타면 3개역에 6분이 걸리는 신주쿠역이 쾌속은 논스톱으로 4분이면 도착한다. 도쿄역까지는 대략 24분밖에 안 걸린다.



나카노역은 남쪽 출구와 북쪽 출구가 있다. 남쪽 출구로 나가면 코반(파출소)이 있고, 미츠비시UFJ 은행이 보인다. 은행 왼쪽길로 들어서면 도서, 음반, DVD 렌탈샵인 츠타야와 우체국, 유쵸은행(우체국 은행)이 보인다. 하지만 집과 반대 방향이라 그리 자주 갔던 길은 아니다.



북쪽 출구로 나가자마자 상점가가 눈에 띈다. 왼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특이하게 생긴 썬플라자가 있다. 다시 상점가로 돌아오면,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구조의 거리다. 위에는 비를 막아주는 지붕이 설치돼있고, 가게들이 서로 마주보는 형태의 길이 100미터 정도 이어져있다.



나카노 브로드웨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 상가는 입구에 있는 분메이도(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나가사키 카스테라 전문점)부터 시작해 음식점(라멘집, 우동, 회전초밥, 햄버거, 조각케이크, 빵집, 카페, 과자가게, 떡집 등), 편의점, 안경점, 문구점, 드럭스토어, 옷가게, 신발가게, 담배가게, 마사지샵, 금권샵, 게임센터(오락실), 빠치스로(파칭코와 슬롯머신), 통신사, 펫샵, 병원 등 없는 것 빼고 다 있는 곳이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나카노 브로드웨이를 유명하게 만든건 만다라케다. 만다라케는 주로 애니메이션이나 게임 관련 피규어, 소품 등을 취급하는 매장으로 도쿄 내에서는 시부야, 아키하바라, 지방의 주요 도시에도 지점이 있지만, 본점은 바로 이곳 나카노다. 여기에 살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나카노는 아키하바라, 이케부쿠로와 더불어 오타쿠들의 3대 성지라고 한다. 어쩐지 동네를 걷다보면 일본인들보다 더 오타쿠스러운 차림을 한 서양인들이 눈에 띄더라니.



오타쿠들의 성지라고 해서 애니메이션만 생각하면 곤란하다. 아이돌 굿즈 전문점도 있는데, 일본 아이돌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빅뱅, 방탄소년단 등의 상품도 당당하게 쇼윈도에 진열돼있다. 일본에서 우리 아이돌들이 얼마나 인기있는지 여기서 새삼 느끼게 된다.



개인적으로 가장 자주 찾았던 곳은 중고 야구용품을 취급하는 가게였다. 이곳은 일본 프로야구선수들이 실제로 착용하고 사용했던 물건들을 판매하고 있다. 매장은 작지만 싸인볼은 물론이고 스파이크, 글러브, 배트, 배팅장갑 등 일본야구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혹할만한 아이템들로 가득하다.



3층에 있는 만다라케를 돌아다니다보면 뜻밖에도 중고 손목시계를 판매하는 매장들이 눈에 띈다. 그동안 시계에 별 관심을 두지 않아서 아는 브랜드도 몇 개 없는데, 롤렉스, 파텍필립, 오메가, 까르띠에, 태그호이어 정도? 그런데 우리 돈으로 억대를 호가하는 시계를 그곳에서 처음 영접했다. 나는 듣도보도 못한 브랜드의 중고가가 정말 억 소리 나오게 비싸다. '이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살면서 명품 시계 한 번쯤 차고 다녀봐야지!' 월급쟁이 신분에서 벗어날 수 없을 내게는 그저 꿈만 같은 일이겠지만 버킷리스트 중 하나라고 생각해두자.



이 건물 지하로 내려가면 나카노에 놀러온 사람들이 꼭 찾는다는 아이스크림 가게가 있다. 4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이 집은 여러 가지 맛의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최대 4단까지 쌓아서 먹을 수 있다. 평소에는 그냥 지나치다가 그냥 떠나자니 아쉬워서 귀국 3일 전에야 처음으로 들러서 먹어봤는데, 오, 안 먹고 돌아왔으면 후회했을 것 같은 맛이다. 아니, 한 번만 먹고 온게 후회되는 맛이다. 언젠가 도쿄에 놀러가게 된다면 또 한 번 먹고 싶다. 두 개 먹어야겠다.



나카노역과 집 사이에는 라이프, 세이유, 이토요카도, 산토쿠 같은 슈퍼들이 있어서 먹거리를 살 때 편리했다. 돈키호테도 자주 들르는 곳 가운데 하나였다. 한국에 있을 때도 대형마트나 백화점 구경하는걸 참 좋아했던 나에게는 꽤나 마음에 들었던 장소였다. 늘 익숙한 제품들뿐인 한국 마트도 항상 흥미로운데, 생소한 물건들로 가득한 일본 마트를 즐거운 마음으로 둘러보는건 당연했다. 퇴근길에 이 중에 한 두군데를 꼭 들러서 돌아보다가 마음에 드는게 있으면 사들고 집으로 돌아갔다.



그 외에도 벚꽃이 활짝 피어있던 길, 수다스러운 원장님이 있는 헤어샵 등 잊고 있던 장소들이 글을 쓰다보니 하나둘씩 떠오른다. 1년동안 셀 수 없이 오갔던 거리가 눈감고도 찾아갈 수 있을만큼 생생하게 머릿 속에 그려진다. 다음에 또 이곳에 가는건 언제가 될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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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턴오버


아직도 떨립니다. 옷은 이미 땀으로 젖었고 정신도 제정신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런 가운데서도 가까스로 이성을 되찾고 한 번 끄적거려봅니다.


오늘 우리나라는 제2회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결승전 일본과의 대결에서 3-5로 패하며 준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준우승에 머물렀습니다'라고 쓸까 고민했지만 조금전까지 최선을 다해 싸운 우리 대표팀 선수들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차지했습니다'라고 표현했습니다.


사실 이번 대회 시작 전부터 대표팀 감독 선발문제부터 시작해 정신적 지주가 되어 줄 노장의 불참으로 여기까지 올라올거라 예상한 이들은 많지 않았습니다. 젊은 감독들은 모두 대표팀 감독 자리를 고사해 건강도 좋지 않은 김인식 감독이 다시금 사령탑에 올랐습니다(김경문 감독에게만큼은 까임방지권을 부여하고 싶습니다). 또한 박찬호(필라델피아 필리즈), 이승엽(요미우리 자이언츠)은 각자의 소속팀에서의 입지가 그리 확고한 편이 아니기 때문에 눈물을 머금고 대회 참가를 포기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1라운드에서 대만에 9-0으로 기분좋게 대승을 거둔 후 가진 일본과의 승자 대결에서 2-14로 완패하며 우리의 앞길에는 먹구름이 가득 드리워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패자부활전에서 중국을 콜드게임으로 승리를 거둔 후 다시 만난 일본에 1-0 영봉승을 거두며 우리 대표팀은 완전히 살아났습니다. 한 편의 드라마 같지 않습니까. 이틀 전 우리에게 콜드게임의 굴욕을 안겼던 상대를 이겼다는 사실 말입니다. 게다가 단 한 점도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쿠바, 멕시코, 일본과 2라운드 1조에 속하게 된 우리나라는 첫 상대였던 멕시코를 8-2로 눌렀습니다. 3방의 홈런과 3개의 도루로 빅볼과 스몰볼을 절묘하게 결합시켜 우리의 방식대로 이긴 것입니다. 또한 승자대결에서 다시 만난 일본을 4-1로 물리치며 준결승 진출에 성공했습니다. 순위결정전에서 일본에 패했지만 대표팀은 거침없었습니다. 준결승에서 베네수엘라를 상대로 초반 기선제압에 성공하며 10-2의 대승을 거두고 결승에 진출한 것이지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추신수의 동점 홈런


그리고 결승에서 다시 만난 일본. 우리 선수들은 모든 힘을 쏟아부었지만 아쉽게 패했습니다. 하지만 선취점을 내준 가운데 5회 추신수의 홈런으로 동점을 만들었고, 1-3으로 뒤진 8회말에는 이범호의 2루타와 이대호의 희생플라이로 한 점, 다시 9회말에는 2개의 볼넷으로 만든 투아웃 1, 2루 찬스에서 이범호가 극적인 동점 적시타를 터뜨리며 승부를 연장까지 끌고 갔습니다. 패배 직전의 상황에도 놀라운 정신력을 발휘한 선수들 정말 대단했습니다.


경기 내내 구심의 스트라이크 판정도 마음에 들지 않았고, 5회 고영민이 2루에 슬라이딩했을 때도 손이 베이스에 먼저 닿은 것처럼 보였는데 아웃 선언을 한 2루심 등 판정도 미심쩍은 부분이 여러 차례 있었음에도 끝까지 명승부를 펼쳐줬네요.


몸이 불편했음에도 불구하고 대회 내내 외신마저 극찬할 정도로 야구의 신과도 같았던 김인식 감독, 그리고 각자의 역할을 잘 수행했던 김성한, 양상문, 이순철, 류중일, 강성우, 김민호 등 코칭스태프들.
상대의 허를 찌르는 볼배합과 투수들의 마음을 편하게 하는 리드로 든든한 안방마님 역할을 한 박경완 포수.
일본을 상대로 무려 세 차례 등판해 2승 1패 2실점 밖에 하지 않은 '의사' 봉중근 투수.
위기 때마다 올라와 마당쇠같은 묵직한 직구로 시원하게 삼진을 잡아낸 '국노' 정현욱 투수.
준결승 베네수엘라 전에서의 깔끔한 호투로 결승 진출을 견인했던 '석민어린이' 윤석민 투수.
오늘은 너무 긴장한 탓인지 제 역할을 못했지만 대회 내내 뒷문을 확실하게 막아준 임창용 투수.
공격의 선두에 서서 상대 배터리를 끝까지 물고 늘어졌던, 그래서 몸 성할 날이 없었던 '바람의 손자' 외야수 이용규.
수많은 별명을 양산하며 4번 타자로서 이승엽의 공백을 완벽하게 메워준 '김별명' 1루수 김태균.
중요한 순간마다 한 방을 터뜨리고 훌륭한 수비를 보여준 '꽃보다 범호' 3루수 이범호.
수비에서 박진만의 공백을 잘 메워준 '데릭 기혁' 유격수 박기혁.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국제무대에서도 훌륭한 타격능력을 선보인 '4할도 못치는 쓰레기' 좌익수 김현수.
부진에 힘들어했지만 준결승과 결승에서의 홈런으로 믿음에 보답한 '추추트레인' 우익수 추신수.
그외에도 포수 강민호, 2루수 정근우, 고영민, 내야수 최정, 3루수 이대호, 중견수 이종욱, 우익수 이진영, 외야수 이택근, 투수 류현진, 김광현, 정대현, 장원삼, 이승호, 이재우, 오승환, 임태훈, 손민한 등 스물여덟 명의 대표팀 선수들 모두모두 수고하셨습니다.


곧 다가올 프로야구 시즌이 기다려지네요. 올해도 흥행 대박을 기원합니다. 모두 야구장에서 만나요~
(아, 추신수 선수는 메이저리그에서 멋진 활약을 기대하겠습니다 ^^)


마지막으로 일본의 우승을 축하합니다! 다음에 만날 땐 페어플레이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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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라운드 1조 조 1, 2위 결정전에서 우리나라가 일본에 2-6으로 졌네요.


일단 우리나라 경기이고, 더군다나 한일전이라 TV를 켜놓고 지켜보긴 했는데, 이렇게 긴장 안 되는 한일전은 태어나서 처음이었습니다. 진출이냐, 탈락이냐를 놓고 외나무다리 위에서 벌이는 사투가 아니라 그저 순위 결정전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총력을 기울일 필요가 없는 경기이기도 하고, 괜히 심각하게 경기에 임하다가 부상당하는 선수가 나오면 낭패이기에 대표팀이 100% 힘을 다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었습니다(그래도 2:2가 되는 이범호의 홈런이 터져나오는 장면부터는 조금 욕심이 나더군요).


져서 아쉽긴 하지만 오늘 경기는 그동안 출전기회가 적었던 선수들을 기용하고, 앞으로 있을 준결승 그리고 결승을 대비해 선수들의 상태를 점검하는 차원에서 큰 의미가 있었다고 봅니다. 1라운드부터 2라운드 첫번째 한일전까지 우리나라는 투타 모두 큰 변동이 없는 선수 운용을 보였습니다. 물론 1라운드를 마치고 미국에 와서 샌디에이고 파드레스, LA 다저스와 연습경기를 가지며 비주전들을 주로 테스트했지만, 다들 시차적응이 안 되던 상황이라 제대로 된 점검이었다고 보기는 힘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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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범호


오늘 투수는 선발로 나온 장원삼부터 이승호, 이재우, 오승환, 김광현, 임태훈까지 총 여섯 명이 이어던졌는데, 김광현을 제외하면 그다지 등판기회가 없었던 선수들이죠. 이 가운데 이승호, 이재우, 임태훈의 컨디션이 꽤 괜찮아보여서 앞으로 쓰일 수가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장원삼, 오승환, 김광현은 썩 좋지 못한 모습이었습니다. 일단 장원삼은 공이 좀 가벼운 편인지 맞으면 일단 외야로 공이 날아가는데다 컨트롤도 불안불안했습니다. 다음 오승환은 이제 예전의 그가 아니네요. 워낙 잘해서 시즌 내내 등판하는 것도 모자라 코나미컵에 국가대표에 계속 불려다닌 탓일까요. 직구 구속도 느려졌고 대체로 공이 높게 형성됩니다. 오승환이 연속 안타를 맞고 강판된 후 투입된 투수는 의외로 김광현이었습니다. 아마도 김인식 감독과 양상문 투수코치가 콜드게임 패배를 딛고 자신감을 찾으라는 의미에서 집어넣은듯 싶은데, 김광현도 연속 안타를 맞고 2실점하고 말았네요.


타자 가운데는 포수 강민호, 유격수 최정, 중견수 이택근이 선발로 출전했는데, 세 사람 모두 썩 만족스럽지 못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강민호의 경우는 지난 베이징 올림픽에서 꽤 괜찮은 활약을 보였는데, 이번 대회에서 계속 주전으로 나온 박경완의 명품 리드를 보고 난 탓일까요. 아직은 뭔가 부족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강점이라 할 수 있는 타력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네요. 최정과 이택근은 타격도 합격점을 주기 어려웠지만, 특히 수비에서 문제점을 드러냈습니다. 타구 처리 하나하나가 중요한 큰 경기에서 에러 한 개가 크나큰 타격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남은 경기는 원래 주전으로 나오던 선수들이 계속 나오는게 나을듯 싶네요. 이범호의 홈런으로 2-2 동점을 만든 후 이택근의 내야안타로 분위기가 달아올랐을 때 대타로 나온 추신수 역시 병살타로 찬물을 끼얹으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결국 오늘 선수 점검의 결론은 '주전이 낫다'가 되겠습니다. 투수 가운데 이승호, 이재우, 임태훈은 괜찮은 모습을 보였지만요. 모레 열릴 베네수엘라와의 준결승전에서도 우리의 필승 계투진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네요. 타자들 라인업 역시 마찬가지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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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아무 이상 없기를...


이용규 얘기를 안 하고 넘어갈 수 없네요. 3회말 두번째 타석에 나선 이용규는 일본 선발투수 우츠미 테츠야의 초구 직구를 헬멧 뒷부분에 맞고 쓰러졌습니다. 이게 일부러 노리고 던진 빈볼이었는지 아닌지는 확실치 않지만, 이용규 선수는 쓰러진 채로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나중에 일어나서 우츠미를 노려보며 라커룸으로 걸어서 들어갔고, 그를 대신해 1루 대주자로 이종욱이 나왔습니다. 일단 스스로 걸었다는 사실에 안도의 한숨을 쉬었지만, 경기를 보는 내내 이용규의 상태가 걱정됐습니다. 다행히도 얼마 후에 덕아웃에 있는 그를 볼 수 있었는데, MRI 촬영 같은거라도 했으면 싶네요. 부디 아무 이상이 없기를 바라며, 남은 준결승, 결승에서도 공격의 선봉에 서서 좋은 활약 해주기를 바랍니다.


일본의 거포 무라타도 안타를 치고 2루로 뛰다가 급히 귀루를 하는 과정에서 오른쪽 햄스트링 부상을 당해 남은 경기 출전이 불투명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일본으로서는 전력에 큰 손실이 생겼네요.


우리나라는 오늘 패배로 1조 2위가 확정되어 22일 일요일에 2조 1위인 베네수엘라와 준결승전을 치르게 되었습니다. 선발로는 윤석민이 내정되었네요. 반면 1조 1위가 된 일본은 2조 2위 미국과 23일에 준결승전을 갖습니다. 결승전은 24일에 치러지기 때문에 우리가 베네수엘라를 꺾으면 하루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것과는 달리 일본이나 미국은 준결승전 바로 다음날에 결승전이 열려 우리가 결승에 진출한다면 일정상 더 유리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게다가 미국과 맞붙을 경우 메이저리그 심판이 구심을 맡는 특성상 공정성을 보장할 수 없으므로 베네수엘라와 미국이 모두 강하다면 차라리 베네수엘라 쪽이 낮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대로 됐군요.


22일에 열릴 베네수엘라와의 준결승전. 우리나라가 반드시 이겨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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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라운드에서 두 차례 격돌해 콜드게임과 영봉승을 주고 받아 상대전적 1승 1패를 기록하던 한국와 일본 양국은 주최측의 농간에 의해 2라운드에서도 한 조에 편성되어 맞대결을 피할 수 없을 것이 예상되었습니다. 아니나다를까 두 나라는 각자의 첫 상대였던 멕시코와 쿠바를 꺾어 준결승 직행을 놓고 승자 대결을 펼치게 되었던 것이지요.


일본은 2007년에 그해 최고의 투수에게 주어지는 사와무라상을 수상한 다르빗슈 유를 선발로 내정했고, 우리나라는 지난 1라운드 마지막 경기 영봉승의 주역이었던 봉중근 카드를 다시 한 번 사용하며 반드시 이기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습니다. 오늘 경기에 패한다 하더라도 패자부활전에서 만나게 될 쿠바를 꺾는다면 준결승에 진출할 수는 있지만, 탈락을 막기 위해서는 총력전을 펼쳐야하기 때문에 투수력도 낭비하고 투구수 제한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 이긴다 해도 전력에 큰 손실이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라인업에 큰 변화가 없었던 일본과는 달리 우리 대표팀의 김인식 감독은 공격의 선봉인 1번 타자 자리에 그동안 쭉 선발로 출전하던 이종욱을 빼고 최근 타격감이 좋은 이용규가 배치했고, 5번에 부진한 이대호 대신 추신수, 6번에 이진영 기용된데 이어 3루 수비에 이범호가 들어감으로써 공격과 수비를 동시에 강화한 전략적인 라인업을 선보였습니다. 그리고 김인식 감독의 이 구상은 (부진한 모습을 보인 추신수를 제외하면) 기가 막히게 맞아들어가며 한국에 승리를 가져다 주었습니다.


그동안 우리가 지고 있던 상황에서 역전승을 거둔 경우도 종종 있었지만, 한일전은 대부분 3점차 이내로 승패가 갈렸기 때문에 선취점을 올리는 것이 매우 중요했습니다. 그 역할을 충실히 해낸 선수들이 바로 오늘 스타팅으로 출전한 이용규와 이진영이었습니다.


이용규는 1회 첫 타자로 나와 일본의 선발 다르빗슈로부터 3-유 간을 가르는 좌전안타를 뽑아내며 1루에 출루했습니다. 이어서 2번 타자 정근우의 타석 때 도루를 성공시키며 빠른 발을 과시했고, 정근우가 내야안타를 치자 3루에 안착, 무사 1, 3루의 찬스를 만들었습니다. 3번 타자 김현수가 실책으로 출루한 사이 이용규는 홈을 밟아 오늘 경기의 선취점이자 결승 득점을 올렸지요. 6번 이진영도 계속된 1사 만루의 찬스에서 2타점 좌전 적시타를 침으로써 우리가 초반에 기선을 제압하는 데 큰 공헌을 했습니다. 2회부터 상대 선발 다르빗슈가 7개의 탈삼진을 뽑아내며 무실점으로 호투한 것을 생각하면 1회에 뽑은 3점은 그야말로 천금과도 같은 점수가 되었습니다.


오늘 선발이었던 '의사' 봉중근은 지난번 대결에서와는 달리 거의 매회 안타 또는 볼넷으로 주자를 내보내며 조금 불안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일관성 없는 심판의 스트라이크 판정도 한몫 했지만 말입니다. 그렇지만 2개의 병살타를 잡아내는 등 고비 때마다 땅볼 타구를 유도해 휼륭하게 위기를 넘겼습니다. 오늘도 공을 던지자 마자 1루로 달려가는 봉중근의 베이스 커버는 일품이었습니다. 글러브에서 공이 빠져나와 주자를 모두 살려주기는 했어도 넘어져가면서까지 타구를 잡아내려했던 수비도 정말 대단했습니다. 주자가 1루에 있어도 탁월했던 그의 견제 능력 덕분에 그 어떤 일본의 발빠른 선수들도 감히 도루를 꿈꾸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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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견제하니까 오늘 경기에서 아주 재미있었던 장면이 있네요. 야수선택으로 출루한 이치로가 리드폭을 넓게 가져가자 봉중근이 1루를 쳐다보며 견제하는 시늉을 했었죠. 이 페이크 동작에 화들짝 놀란 이치로는 슬라이딩하며 1루에 귀루했는데, 이런 장면이 또 한 번 나오면서 나중에는 '이치로의 몸개그'라는 말까지 나오게 되었습니다.


그간 타격으로 대표팀의 승리에 기여했던 김태균과 이범호는 오늘만큼은 탁월한 수비력으로 승리를 지켜냈습니다. 이범호야 원래부터 수비를 강화하기 위해 기용된 선수라 크게 놀랄 것이 없었지만, 김태균이 정말 놀라웠습니다. 놓치면 2루타 내지는 3루타가 될 수 있는 타구를 무려 세 차례나 잡아낸 것이죠.


특히 9회초가 압권이었습니다. 여기에는 김인식 감독의 혜안도 한몫 했는데요. 보통 1루수는 1루에 주자가 있으면 견제구를 받기 위해 베이스에 붙어있다가 투수가 공을 던지면 2루 쪽으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김인식 감독은 주자에 신경쓰기보다는 빠져나가는 타구를 잡는 데 주력하라며 정상적인 수비 위치를 지키라고 지시를 내렸지요. 감독의 예측은 그대로 적중해 마침 그 위치로 타구가 날아왔고, 김태균은 침착하게 그것을 잡아 직접 1루 베이스를 밟으며 실점을 막을 수 있었습니다. 만약 이 타구가 빠져나갔다면 일본은 1점을 따라붙음과 동시에 계속해서 스코어링 포지션에 주자를 내보내 계속해서 찬스를 이어나갈 가능성이 높았을 것이기에 우리 입장에서는 정말로 좋은 수비였습니다.


다르빗슈가 2회부터 150km 초반대의 빠른 직구와 각도 큰 유인구로 탈삼진을 뽑아내며 무실점했고, 계투 요원들도 호투해 3-1로 우리의 불안한 리드가 계속 되었습니다. 한 점만 추가해도 우리가 심리적으로 안정된 경기를 펼칠 수 있는 상황에서 그렇게 고대했던 추가 득점이 8회에 나왔습니다. 그것도 안타 하나 없이 4개의 볼넷으로 말입니다. 특히 2사 만루 상황에서 이범호 타석 때가 정말 흥미로웠습니다. 의욕이 넘친 탓인지 초구와 2구 유인구를 헛스윙해 불리한 볼카운트로 출발했던 이범호는 이후 유인구를 계속해서 골라내며 끝내 볼넷을 얻어 밀어내기로 귀중한 타점을 기록했던 것이지요. 이때의 MBC 허구연 해설위원의 예측도 흥미로웠습니다. '일본 야구는 이런 상황에서도 볼로 타자를 유인해 헛스윙을 유도한다. 여기에 속으면 안 된다'고 하자 정말로 볼카운트 2-2 상황에서 연달아 2개의 유인구가 들어왔고, 이범호가 공을 끝까지 보며 참아냄으로써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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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만에 보는 펫코파크 마운드의 태극기


8회말에 한 점을 추가한 덕분에 9회초 수비는 다소 긴장된 상황에서도 비교적 여유있게 마칠 수 있었습니다. 김광현이 안타를 맞기는 했지만 아웃카운트를 잡아놓고 나갔고, 우리의 수호신 임창용이 깔끔하게 두 타자를 요리하며 우리나라는 일본을 4-1로 물리치며 준결승 직행에 성공했습니다. 일본 타자의 체크스윙으로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아냈을 때의 그 감격을 아직도 잊을 수 없네요.  


이로써 우리나라는 1조에서 가장 먼저 준결승에 진출했고, 내일 있을 쿠바 vs 일본의 승자와 모레 조 1-2위 결정전을 치를 예정입니다. 다시 한 번 일본과 맞붙을 가능성이 높기도 하지만, 그 경기만큼은 승패에 연연하기보다는 앞으로 있을 준결승전을 대비해 연습경기를 갖는다는 마음으로 경기를 해줬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선수들은 다르게 생각할지도 모르지만요.


어쨌든 오늘도 이겨서 정말 기분이 좋네요. 기분좋은 밤입니다 ^^
Posted by 턴오버



새벽부터 일어나 행여 가족들이 깰까 소리를 줄여가며 봤던 일본 vs 쿠바의 2라운드 1조 첫 경기. 하지만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옛말이 틀리지 않더군요. 3회부터 일찌감치 승부가 기울어지며 나머지는 보나마나 한 그런 경기였습니다.


2m에 가까운 장신에 100마일이 넘는 불같은 직구를 뿌려댄다던 쿠바의 선발 채프먼은 몸쪽 공에 인색한 주심의 스트라이크에 적응하지 못한데다 일본 타자들이 2 스트라이크 이후에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오는 공을 계속 커트해내는 바람에 초반부터 난조를 보였습니다. 이미 2회에 볼넷 2개를 내줬지만 나갔던 주자들이 모두 작전 미스로 횡사하는 바람에 겨우 위기를 넘겼습니다. 직구는 위력적이라 할만 했으나 변화구는 확연히 볼이라는게 보일 정도라 그다지 효과적이지 못했습니다.


3회부터 체인지업으로 카운트를 잡기 시작했는데 이게 또 밋밋하게 들어가는 바람에 안타를 얻어맞기 시작했습니다. 연속 안타로 만루를 채우며 결국 채프먼은 강판되고 말았죠. 바뀐 투수가 폭투로 1점을 헌납했고, 설상가상으로 배터리 간에 의견충돌로 쿠바는 점점 좋지 않은 상황에 몰리고 말았습니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은 일본은 3회에만 4득점을 올리며 사실상 승부를 결정짓습니다.


반면 일본의 선발 마츠자카 다이스케는 메이저리거다운 모습을 보이며 6이닝동안 5피안타 무실점에 삼진을 무려 8개나 잡아내며 쿠바의 타선을 요리했습니다. 쿠바 타자들은 마츠자카의 공을 제대로 건드리지도 못했습니다.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성급하게 승부하거나 공을 끝까지 제대로 보지 않고 크게 휘두르며 상대를 도와줬죠. 아마도 조별 예선에서 11개의 홈런을 쳤던게 오히려 독이 된듯 싶습니다.


결국 일본은 이후 2점을 추가, 공수 모두에서 흔들린 쿠바에 6-0으로 승리하며 기분좋은 첫 승을 따냈습니다. 우리에게 패하기는 했지만 역시 일본 야구는 강하네요. 앞으로의 결과가 어떻게 될지 관심이 가지 않을 수가 없네요. 
Posted by 턴오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