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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10.03 도쿄 신주쿠 (12)
  2. 2018.08.17 도쿄 긴자 (12)
  3. 2018.08.03 도쿄 나카노 (4)

도쿄 신주쿠

도쿄 생활 2018.10.03 02:21

집(나카노)에서 가장 가까운 번화가이자 일본에서 살던 1년 중에 최소 300일은 지나쳤던 곳이다. 물론 환승 때문에 그냥 지나친 적이 대부분이었지만, 퇴근 후에 잠깐 들러서 쇼핑하기에도 부담 없고 주말에 가서 구경하기에도 좋았다. 정기권이 있었던 덕분에 가고 싶으면 하루에 몇 번이라도 갈 수 있었다. 일본 생활 초기에는 돈도 아끼고 동네 구경도 할겸 걸어서 가보기도 했는데 50분 정도면 신주쿠에 도착했다.

신주쿠역 동쪽 출구신주쿠역 동쪽 출구

5개 회사(JR, 오다큐, 케이오, 도영지하철, 도쿄메트로)의 노선 9개(야마노테선, 사이쿄선, 쇼난신주쿠라인, 츄오 쾌속선, 츄오-소부선 각역정차, 오다와라선, 케이오선, 오에도선, 마루노우치선)가 지나가는 신주쿠역이 있다. 세계에서 하루 평균 이용객이 가장 많은 역으로 기네스북에 올라있을 정도다.

신주쿠역 13, 14번 플랫폼신주쿠역 13, 14번 플랫폼

JR만 해도 노선이 다섯 개에 플랫폼이 16개다. 당연히 출퇴근 시간마다 붐비는데, 특히 전철에 구겨지듯 타야하는 출근시간대가 최악이다. 야마노테선은 2~3분마다 한 대씩 올 정도로 배차간격이 짧은데도 항상 꽉꽉 찬다. 고탄다-오사키-시나가와 쪽에 있는 회사에 다니는 승객이 많으므로 만약 신주쿠에서 탈 때 자리가 없었다면 거의 시나가와까지 쭉 서서 가야한다.

 

여러 노선이 지나는만큼 신주쿠역은 굉장히 넓고 출구도 많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인천의 부평역 지하던전에 해당하는데 외국이라 더 복잡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길눈이 밝은 편이고 자주 다니다보니 익숙해져서 별로 헤매지 않고 목적지를 잘 찾았다(오히려 가장 복잡하게 느껴졌던 곳은 이케부쿠로역이었다).

빅쿠로빅쿠로(빅카메라+유니클로)

신주쿠에 본사나 지사를 둔 회사도 많고 도쿄 도청, 신주쿠 구청 같은 대규모 관공서도 있는 번화가라 유동인구가 엄청나다. 이세탄, 오다큐, 케이오, 타카시마야, 마루이 등 기존의 대형 백화점들이 각축을 벌이는 가운데 루미네에 뉴우먼까지 생겨 쇼핑할 곳이 정말 많다. 우리나라의 하이마트에 해당하는 종합가전매장 빅카메라와 요도바시카메라도 있어서 가전제품 사기에도 좋다.

멘야무사시멘야무사시

주변에 먹을 곳도 많은데 주로 갔던 곳은 라멘집이었다. 매달 비싼 집세에 서울에 있는 집으로 송금도 하느라 항상 여유가 없어서 어쩌다 한국에서 친구들이 놀러오면 같이 가서 먹는 정도였다. 츠케멘으로 유명한 멘야무사시, 역시 츠케멘으로 알려져 있고 갈 때마다 사람들이 줄서있는 타츠노야, 양기 많기로 소문난 지로우라멘, 한국 못지 않게 맵고 진한 라멘을 먹을 수 있는 나카모토 등 맛집이 즐비하다. 신기하게도 네 군데 라멘집이 반경 100미터 안에 몰려있다.

기노쿠니야 서점기노쿠니야 서점

가장 좋아했던 곳은 동쪽 출구 앞이었다. 나가면 바로 앞에 초대형 스크린으로 뮤직비디오를 틀어주는 스튜디오 알타 건물이 있는데(스크린을 보려면 가부키쵸 입구 쪽으로 가야한다), 마침 지나갈 때 K-POP 가수의 노래가 나오면 괜히 반갑게 느껴진다. 일본 최대의 서점 기노쿠니야 서점도 자주 들렀던 곳이다. 빅카메라와 유니클로가 같은 건물에 있는 빅쿠로, ABC 마트,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무인양품(무지루시)도 있다.

신주쿠 돈키호테신주쿠 돈키호테

동쪽 출구에서 길을 두 번 건너면 가부키쵸가 나온다. 가부키쵸 입구에는 24시간 내내 영업하는 돈키호테가 있다. 워낙 유명한 곳이라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지만, 사실 다른 지역의 돈키호테나 다른 드럭 스토어에 비해 가격이 비싼 편이다. 차라리 우에노 아메요코 시장에 있는 드럭 스토어에서 사는 편이 이득이다.

가부키쵸가부키쵸 입구

유흥의 거리인 가부키쵸는 게임 <용과 같이(龍が如く)> 시리즈의 배경이 된 곳이기도 하다. 술집이 줄지어 늘어서 있고 좀 더 안으로 들어가면 호스트바가 널려 있다. 옆 동네로 가면 게이바들이 몰려있는 거리가 있다고 하는데 그쪽으로는 가보고 싶은 생각이 조금도 들지 않았다.

가부키쵸가부키쵸

해가 지고 나서 가부키쵸에 들어서면 삐끼들이 저마다 자기네 가게로 오라며 호객행위를 한다. 한 번은 한국에서 놀러온 후배와 그곳을 지나가다 몇 명이 말을 걸어오는지 세어본 적이 있는데 무려 열 명이 넘었다. 개중에는 짧은 한국어로 말을 거는 이도 있었다. 걷다보면 무료안내소라고 간판을 내건 곳이 있는데 여기는 조심해야한다. 잘 모르고 갔다가 터무니 없이 바가지쓰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토호시네마 고질라토호시네마 고질라

가부키쵸 입구에서도 보이는 토호시네마 건물 위에는 고질라가 있다. 존재 자체만으로도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명물인데, 매시 정각이 되면 긴장감 넘치는 음향이 흘러나오면서 눈과 발톱에 불이 들어오고 입에서는 불을 뿜는 광경을 목격할 수 있다. 정시가 되기 전에 가서 한 번쯤 보는 것도 좋다.

토호시네마 신주쿠점토호시네마 신주쿠점

그레이스리 호텔과 같은 건물에 있는 토호시네마는 우리나라의 CGV나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같은 멀티플렉스 체인이다. 일본에서 업계 2위라는데 영화관이 대부분 깔끔하고 안락한 우리나라와 달리 지점마다 편차가 있는듯 하다. 시부야점에 가본 지인의 말에 따르면 좌석이 오래 돼서 시트 일부가 뜯거져 있는 자리도 있었다고 한다. 다행히도 <기도의 막이 내릴 때>를 보러 갔던 신주쿠점은 2015년에 오픈해서 우리나라 영화관과 별 차이가 없었다.

모드학원 코쿤타워모드학원 코쿤타워

서쪽 출구로 나가면 특이하게 생긴 건물이 우뚝 솟아있다. 전문학교인 모드학원에서 세운 코쿤타워이다. 건물의 생김새만 봐도 자유와 창의성이 느껴진다. 참고로 오사카와 나고야에 있는 모드학원 건물도 이것 못지 않게 특이하다.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금권샵들이 늘어서 있다. 기차표부터 영화, 전시회, 야구, 공연 등 여러 가지 티켓을 정가보다 싸게 구입할 수 있는 곳이다. 일본에서 처음으로 야구를 직관할 때도 여기서 단돈 5백 엔에 외야석 교환권을 사서 가기도 했고, 청춘 18 티켓을 살 때도 이 곳 금권샵들을 기웃거렸다.  

 

금권샵 안쪽 골목은 야키토리(닭꼬치) 냄새가 식욕을 자극하는 오모이데오코쵸다. 야키토리 뿐만 아니라 호르몬(곱창) 구이집들도 많은데, 무슨 이유 때문인지는 몰라도 혐한인 집도 있다고 하니 주의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도쿄 도청도쿄 도청

서쪽 출구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지 않고 화살표를 따라 지하도를 10~15분 정도 걸어가면 도쿄 도청이 나온다. 유명 건축가 탄게 켄조의 작품으로 48층에 높이가 243미터에 달하며 건물 자체가 랜드마크이다. 도쿄에는 스카이트리, 도쿄타워, 록본기 힐즈 등 전망대가 많은데 거의가 유료다. 도쿄 도청은 가장 좋은 무료 전망대이다. 맑은 날에는 후지산이 보인다고 하는데 내가 올라갔던 날은 살짝 흐려서 아쉽게도 볼 수 없었다. 남쪽 전망대와 북쪽 전망대가 따로 있으므로 두 군데 다 가보는 것이 좋다.

신 남쪽 출구신 남쪽 출구

새로운 남쪽 출구로 나가면 바스타 신주쿠가 있다. 우리로 따지면 서울의 강남 고속버스 터미널에 해당한다. 전국 각지를 오가는 버스가 모이는 곳인데 안 가는 지역도 은근히 많다. 일본에 있는 동안 도쿄 밖으로 이동할 때는 전철만 타서 결국 한 번도 이용해보지 못했다. 앞으로는 일본으로 여행을 가도 원거리 이동시에는 JR 패스를 이용할 계획이라 저기서 버스 탈 일은 어쩌면 영영 없을지도 모르겠다.

신주쿠역 동쪽 출구 앞신주쿠역 동쪽 출구 앞

뭔가 안다는 듯이 주저리주저리 써놨지만 아직 못 가본 곳도 너무나 많다. 마지막 6개월간 주 6일을 일하느라 일요일은 집에서 쉬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다소 무리를 하더라도 돌아다닐걸 그랬나보다. ABC 마트에서 사지 못한 신발, 기노쿠니야 서점에서 못 산 책들, 아직 못 가본 맛집들도 아쉽지만 무엇보다도 눈 감으면 그려지는 신주쿠 거리 자체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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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턴오버

도쿄 긴자

도쿄 생활 2018.08.17 08:24

살던 동네 제외하고 일본에서 가장 좋아했던 곳이다. 줄지어 늘어선 고층빌딩이 서울을 연상시키면서도 긴자만의 독특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2016년 11월, 처음 일본으로 여행을 떠났을 때 머물던 호텔이 바로 긴자에 있었다. 신바시역에 내려서 캐리어를 끌고 숙소를 찾으며 걷던 때가 생생하게 기억난다. 그동안 영상으로만 질리도록 보던 곳을 실제로 걷고있다는게 스스로도 믿기지 않았다. 눈앞에 있는 모든게 신기해서 촌놈인 것마냥 두리번거리면서 돌아다녔다.

마주보고 있는 와코백화점과 미츠코시백화점

세이코 시계탑으로 유명한 긴자의 상징 와코백화점. 이상하게도 여기만 가면 마음이 편했다.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대도시의 번화가이면서도 예스럽고 아날로그적인 느낌이 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거리 긴자. 그 절반은 와코백화점 시계탑이 공헌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정작 쇼핑은 맞은 편에 있는 미츠코시백화점에서 한다. 데파치카(직역하면 '백화점 지하'. 지하에 있는 식품코너를 가리킨다)를 둘러보면 진열된 모든 음식이 다 먹음직스러워보인다. 도지마롤로 유명한 몽셰르(구 몽슈슈), 도미니크 안셀(베이커리), 장 폴 에방(초콜렛), 도라야(화과자), 분메이도(카스테라) 등 여러 디저트 브랜드들을 한 곳에서 만날 수 있다. 달달한거 좋아하는 나같은 사람들에게는 그야말로 천국이다.

유니클로가 무려 12층!

2017년 긴자식스도 새롭게 오픈했다. 여행갔을 때만 해도 아직 건축중이었는데 어느새 완공이 되더니 벌써 긴자의 명소로 자리잡았다. 미츠코시 뒷편에는 마츠야백화점도 있고 길건너면 애플스토어가 있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문구점 이토야, 장난감 백화점 하쿠힌칸에 거리 양옆으로 늘어선 명품샵까지. 아, 12층까지 있는 유니클로와 지유를 빼먹었다. 일본인, 외국인 가릴 것 없이 지갑을 꺼내게 만드는 곳들이 너무나도 많다. 당연하게도 중국인 단체관광객들의 필수 코스 가운데 하나다.​

일본 3대 우동인 이나니와우동 전문 사토 요스케

일본 3대 우동 중 하나인 이나니와우동 전문 사토 요스케, 츠케멘 맛집 오보로즈키, 150년 전통의 튀김 전문점 긴자 텐쿠니, 맛도 가격도 기가 막힌 식빵을 맛볼 수 있는 센트레 더 베이커리, 400년 넘게 전통을 이어온 화과자집 토라야, 메이지유신 직후 창업해 최초로 단팥빵을 만든 기무라야소혼텐, 존 레논 - 오노 요코 부부가 3일 연속 방문한 것으로 유명하고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카페라는 카페 파울리스타, 화장품 회사인 시셰이도가 운영하는 레스토랑 시셰이도 팔러, 삿포로 맥주와 다양한 안주를 골라먹는 재미가 있는 긴자 라이언 비어홀 등 거리의 명성에 걸맞는 맛집도 참 많다.​

사람들에게서 휴일의 여유가 느껴진다

긴자는 평일에도 관광객이 많고 주말이 되면 쇼핑하러 온 일본인들까지 몰려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리마다 여유가 넘친다. 주말 오후가 되면 차량 통행을 통제해서 도로가 온전히 보행자들을 위한 공간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날씨 좋은 날 보행자 천국이 된 길을 걷고 있으면 일본에서 가장 번화한 거리 전체가 마치 내 것이 된 것 같은 기분이다. 사진 찍기에도 좋아서 카메라나 스마트폰을 든 사람, 포즈를 취하는 사람들을 여기저기서 발견할 수 있다.



와코백화점에서 미츠코시백화점 쪽으로 길을 건너서 그대로 5분 정도 더 걸어가면 일본의 전통극 가부키 전문극장인 가부키자가 있다. 대사가 옛날에 쓰던 말이라 웬만큼 일본어 배웠다는 사람도 이해하기 힘들다고 한다. 하지만 영어로 된 자막 가이드를 빌려준다고 하니 일본의 전통문화를 체험하는 의미에서 한 번쯤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가부키자 가던 방향으로 10분 정도 더 걸으면 일본 최대의 수산시장이라는 츠키지시장이 나온다. 시간이 아깝다면 도쿄메트로 히비야선을 이용해 츠키지역에서 내리면 된다. 신선한 해산물로 만든 요리는 물론 싱싱한 재료로 갓 만든 초밥을 먹기 위해 찾아온 관광객들로 새벽부터 붐빈다. 다이와스시, 스시코, 스시다이, 스시세이 등이 유명한데, 보통 오후 1시쯤 되면 영업을 마감하는 데다가 새벽 5, 6시에 가도 줄을 서야하기 때문에 정말 먹고 싶다면 잠을 포기하고서라도 일찍 가는 것이 좋다.



최근에는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에서 백종원 씨가 다녀간 초밥집 벤토미, 호르몬동(곱창덮밥)집 키츠네야도 방송을 탄 덕에 한국인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고 하니 꼭 찾아가거나 아니면 스킵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긴자는 도쿄메트로 긴자선, 히비야선, 마루노우치선 긴자역에 내리면 한 번에 긴자 한복판에 도착할 수 있다. 하지만 출구가 30개 정도 되기 때문에 초행길이거나 길치면 헤매기 딱 좋다. JR 야마노테선 유라쿠쵸역이나 신바시역에서 내려도 조금만 걸으면 쉽게 찾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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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턴오버

도쿄 나카노

도쿄 생활 2018.08.03 07:50

도쿄도 나카노구. 일본에 1년간 머무는동안 살았던 곳이다.



JR 츄오선, 도쿄메트로 도자이선 나카노역에서 도보 10분 거리에 집이 있었다. JR과 도쿄메트로는 서로 다른 회사라 역과 선로를 따로 운영하는데, 나카노역은 개찰구도 같고 일부 구간에서 같은 선로를 이용한 덕분에 이용하는 입장에서는 아주 편리했다. 츄오선은 일반 열차는 물론 도쿄 서부와 도쿄역 사이를 운행하는 쾌속이 있는데, 나카노역은 쾌속이 정차하는 곳이라 이것 역시 좋았다. 일반열차를 타면 3개역에 6분이 걸리는 신주쿠역이 쾌속은 논스톱으로 4분이면 도착한다. 도쿄역까지는 대략 24분밖에 안 걸린다.



나카노역은 남쪽 출구와 북쪽 출구가 있다. 남쪽 출구로 나가면 코반(파출소)이 있고, 미츠비시UFJ 은행이 보인다. 은행 왼쪽길로 들어서면 도서, 음반, DVD 렌탈샵인 츠타야와 우체국, 유쵸은행(우체국 은행)이 보인다. 하지만 집과 반대 방향이라 그리 자주 갔던 길은 아니다.



북쪽 출구로 나가자마자 상점가가 눈에 띈다. 왼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특이하게 생긴 썬플라자가 있다. 다시 상점가로 돌아오면,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구조의 거리다. 위에는 비를 막아주는 지붕이 설치돼있고, 가게들이 서로 마주보는 형태의 길이 100미터 정도 이어져있다.



나카노 브로드웨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 상가는 입구에 있는 분메이도(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나가사키 카스테라 전문점)부터 시작해 음식점(라멘집, 우동, 회전초밥, 햄버거, 조각케이크, 빵집, 카페, 과자가게, 떡집 등), 편의점, 안경점, 문구점, 드럭스토어, 옷가게, 신발가게, 담배가게, 마사지샵, 금권샵, 게임센터(오락실), 빠치스로(파칭코와 슬롯머신), 통신사, 펫샵, 병원 등 없는 것 빼고 다 있는 곳이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나카노 브로드웨이를 유명하게 만든건 만다라케다. 만다라케는 주로 애니메이션이나 게임 관련 피규어, 소품 등을 취급하는 매장으로 도쿄 내에서는 시부야, 아키하바라, 지방의 주요 도시에도 지점이 있지만, 본점은 바로 이곳 나카노다. 여기에 살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나카노는 아키하바라, 이케부쿠로와 더불어 오타쿠들의 3대 성지라고 한다. 어쩐지 동네를 걷다보면 일본인들보다 더 오타쿠스러운 차림을 한 서양인들이 눈에 띄더라니.



오타쿠들의 성지라고 해서 애니메이션만 생각하면 곤란하다. 아이돌 굿즈 전문점도 있는데, 일본 아이돌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빅뱅, 방탄소년단 등의 상품도 당당하게 쇼윈도에 진열돼있다. 일본에서 우리 아이돌들이 얼마나 인기있는지 여기서 새삼 느끼게 된다.



개인적으로 가장 자주 찾았던 곳은 중고 야구용품을 취급하는 가게였다. 이곳은 일본 프로야구선수들이 실제로 착용하고 사용했던 물건들을 판매하고 있다. 매장은 작지만 싸인볼은 물론이고 스파이크, 글러브, 배트, 배팅장갑 등 일본야구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혹할만한 아이템들로 가득하다.



3층에 있는 만다라케를 돌아다니다보면 뜻밖에도 중고 손목시계를 판매하는 매장들이 눈에 띈다. 그동안 시계에 별 관심을 두지 않아서 아는 브랜드도 몇 개 없는데, 롤렉스, 파텍필립, 오메가, 까르띠에, 태그호이어 정도? 그런데 우리 돈으로 억대를 호가하는 시계를 그곳에서 처음 영접했다. 나는 듣도보도 못한 브랜드의 중고가가 정말 억 소리 나오게 비싸다. '이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살면서 명품 시계 한 번쯤 차고 다녀봐야지!' 월급쟁이 신분에서 벗어날 수 없을 내게는 그저 꿈만 같은 일이겠지만 버킷리스트 중 하나라고 생각해두자.



이 건물 지하로 내려가면 나카노에 놀러온 사람들이 꼭 찾는다는 아이스크림 가게가 있다. 4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이 집은 여러 가지 맛의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최대 4단까지 쌓아서 먹을 수 있다. 평소에는 그냥 지나치다가 그냥 떠나자니 아쉬워서 귀국 3일 전에야 처음으로 들러서 먹어봤는데, 오, 안 먹고 돌아왔으면 후회했을 것 같은 맛이다. 아니, 한 번만 먹고 온게 후회되는 맛이다. 언젠가 도쿄에 놀러가게 된다면 또 한 번 먹고 싶다. 두 개 먹어야겠다.



나카노역과 집 사이에는 라이프, 세이유, 이토요카도, 산토쿠 같은 슈퍼들이 있어서 먹거리를 살 때 편리했다. 돈키호테도 자주 들르는 곳 가운데 하나였다. 한국에 있을 때도 대형마트나 백화점 구경하는걸 참 좋아했던 나에게는 꽤나 마음에 들었던 장소였다. 늘 익숙한 제품들뿐인 한국 마트도 항상 흥미로운데, 생소한 물건들로 가득한 일본 마트를 즐거운 마음으로 둘러보는건 당연했다. 퇴근길에 이 중에 한 두군데를 꼭 들러서 돌아보다가 마음에 드는게 있으면 사들고 집으로 돌아갔다.



그 외에도 벚꽃이 활짝 피어있던 길, 수다스러운 원장님이 있는 헤어샵 등 잊고 있던 장소들이 글을 쓰다보니 하나둘씩 떠오른다. 1년동안 셀 수 없이 오갔던 거리가 눈감고도 찾아갈 수 있을만큼 생생하게 머릿 속에 그려진다. 다음에 또 이곳에 가는건 언제가 될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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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턴오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