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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WBC 한일전] 기분좋은 밤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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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일본에 2-14로 콜드게임패 당했던게 불과 이틀전이었나요. 그날 올렸던 포스팅에서 저는 '이번의 패배를 기회로 삼자'고 주장했습니다. 오히려 풀어진 마음을 다잡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그 마음가짐이 어제 중국에 이어서 오늘 일본을 잡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나 싶네요.


뭐니뭐니해도 오늘 승리의 일등공신은 이틀전 우리를 상대로 14점을 뽑은 일본 타선을 5.1이닝동안 무실점으로 틀어막은 선발 봉중근이었습니다. 사실 봉중근은 지난 대회 아시아 예선 일본 전에서 좋은 활약을 해줬지만, 조금 불안해보였던게 저의 느낌입니다. 그랬던 그가 오늘 경기에서는 그 누구보다 믿음직스러울 수가 없었습니다. 빠른 공으로 윽박지르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노련미로 풀어가는 투구는 정말 일품이었네요. 4회초 1사 3루의 위기를 제외하면 안정감있는 피칭을 이어나갔고, 특히 사사구가 없었다는 사실이 더욱 만족스럽습니다.


봉중근에 이어 던진 정현욱 역시 정말 잘 던져줬습니다. 자신있게 뿌린 140km 후반대의 그의 직구는 일본 타자들이 타이밍을 맞추기 힘들 정도로 강력했죠. 연신 허공을 가르는 일본타자들의 배트를 보며 얼마나 통쾌하던지요. 그의 뒤를 받쳐준 류현진, 그리고 마지막 남은 1.2이닝을 책임지고 우리의 승리를 지켜낸 임창용까지 우리 투수들은 정말 완벽에 가까운 피칭으로 일본의 타선을 잠재웠습니다.


타자들은 끝까지 공을 보며 볼을 골라내 일본 투수들을 애먹였습니다. 4회말에 결승점을 뽑을 수 있었던 것도 선두타자 이종욱이 볼넷으로 출루하며 공격의 물꼬를 튼 덕분이었죠. 몇 차례 더 볼넷으로 찬스를 만들었지만 주루플레이 미스로 번번히 찬스를 무산시킨게 오늘 경기의 유일한 옥의 티라고 하겠습니다. 아, 유일한 옥의 티라고 하기에는 주루사가 너무 많았나요 ^^;


이틀 전 대결에 앞서 일부 네티즌들은 지난 대회와 올림픽에서의 전적을 근거로 일본을 깔보며 우리가 쉽게 이길거라 주장했지만 결과는 우리의 참패였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일본 언론에서 두 나라 야구의 격차를 보여준 경기였다며 설레발을 치고 난리도 아니었지요. 하지만 오늘 경기에서 우리는 1:0의 영봉승(한 사람이 완투해서 이긴 것이 아니라, 여러 투수가 이어던지며 무실점으로 이겼기 때문에 완봉승이라기보다는 이쪽이 더 적절한 표현이 아닌가 합니다)으로 이틀 전의 수모를 깨끗이 되갚았습니다.


MBC를 통해 주로 시청했지만 8~9회초 사이에 잠깐 밖에 나갈 일이 있어 어쩔 수 없이 라디오 중계를 들어야 했습니다. DMB로 보려고 했더니 해주는 곳이 한 군데도 없더군요. 그나마 라디오도 SBS 한 군데밖에 없었네요. 듣고 있는데 박노준 해설위원의 말이 흥미로웠습니다. '차라리 큰 점수차로 지면 일찍 포기해버리는데 오늘처럼 1:0으로 지면 끝까지 따라붙으려고 하다가 지는 것이기 때문에 더욱 속이 쓰린다. 오늘 경기 전에 1:0으로 이겼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정말 그렇게 진행되고 있다. 9회초에 우리가 추가점을 내면 일본이 더 허탈해질 것이다'는 뉘앙스의 말이었습니다. 비록 9회에 추가점을 내지 못했지만 어쨌든 일본은 더 뼈아프겠습니다.


이렇게 이겼지만 앞으로 일본과 미국에서 다시 만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최대 세 차례일줄 알고 지난번 포스트에도 그렇게 적었는데 조금전에 뉴스를 보니 무려 다섯 번까지 만날 기회가 있다고 합니다. 물론 최악의 시나리오이긴 합니다만. 어쨌든 선수들이 오늘 승리에 자만하지 말고 언제나 도전자로서 남은 경기에 임해줬으면 합니다.


이건 여담인데요. 큰 경기는 무조건 MBC로 봐야 이기는 것 같습니다. 베이징올림픽 때도 그랬고 오늘도 MBC 경기를 보니 좋은 결과가 있네요. 허구연 해설이 '대쓰요!'를 외치면 뭔가 안심이 되는거 있죠. 반면 지난 대회 준결승, 그리고 이틀 전 참패 모두 SBS 중계였죠. 그저 우연의 일치라고 해야할까요, 아니면 징크스라고 해야할까요. 어쨌든 남은 경기 모두 MBC에서 중계해주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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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투구내용도 좋았지만 봉중근은 오늘 두 차례나 1루 땅볼때 재빠른 베이스 커버로 타자주자를 아웃시켰습니다. 사진은 이치로를 1루에서 아웃시키는 장면인데, 메이저리그에서도 준족으로 소문난 이치로보다 더 빠른 것 같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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