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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WBC] 오늘의 한일전 패배를 거울로 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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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오늘 경기 보셨습니까? 중간에 아예 다른 채널로 돌리신 분들도 꽤 많을거라 생각되네요.


지난 WBC에서의 2승, 베이징올림픽 때도 2승을 거뒀던 사실에 의거한 기대감, 우여곡절 끝에 간신히 공중파 생중계 성사, 어제 타이완 전에서의 대승으로 인해 많이들 지켜보셨을텐데 이런 결과가 나와서 정말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사실 1회초 선두타자 이치로를 시작으로 연속 3안타가 터져나오면서 선발 김광현이 많이 불안해보였습니다. 주심의 판정이 좀 짠 이유도 있었겠습니다만, 공이 낮게 제구되지 않고 높은 곳으로 들어갈 때부터 좋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오늘 오전에 박경완의 인터뷰 기사를 봤는데, 파울이 나오더라도 일단 배트에 공이 맞으면 김광현의 컨디션이 안 좋은 것으로 봐야한다는 내용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아니나다를까 일본 타자들은 더이상 공을 던질 곳이 없을 정도로 공을 다 커트해서 파울을 만들어서 김광현을 지치게 하더라구요. 1회 우치카와 세이치의 2타점 2루타와 2회 무라타 슈이치의 3점 홈런은 모두 김광현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진 결과였지요. 2회에 볼넷으로 주자를 내보냈을 때 미련없이 바꿔줬으면 좋았을텐데 이미 모든 것을 파악당한 김광현에게 너무 의존했던 것이 초반 분위기를 압도당하게 된 원인이었네요.


그래도 오늘 희망적이었던 부분을 찾자면 역시 김태균 선수의 홈런이 되겠는데요. 3볼 상황에서 높게 형성된 마츠자카 다이스케의 슬라이더를 그대로 받아쳐 좌중간 담장을 훌쩍 넘기는 140m 짜리 대형 투런홈런을 쳐냈죠. 실력에 비해 운이 좋았다는 비판도 있지만 어쨌든 메이저리그의 강타선을 상대로 지난 시즌 18승을 올린 투수에게 그렇게 큼지막한 홈런을 쳤다는 사실이 기쁘네요. 지난 몇 차례의 맞대결을 생각하더라도 야구를 하는 인원 수에 차이가 있을 뿐 탑 레벨 선수들의 실력 자체는 한일 양국이 별 차이가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 같습니다.


어쨌든 이 경기를 보시고 분해하거나 침울해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은데 전 차라리 이번 패배를 약으로 삼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생각을 해봅니다. 지난 대회와 올림픽에서 일본이 우리에게 번번히 패했던 것은 상대를 얕잡아보고 방심했던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지요. 우리는 독기를 품고 덤비는데 저들은 우리를 한수 아래로 봤다가 제대로 큰코다쳤습니다. 그랬던 일본이 이번 대회를 앞두고 우리 선수들을 아주 철저하게 분석했습니다. 이치로를 비롯한 일본 대표팀은 복수심에 불타 한일전을 반드시 승리로 이끌겠다고 나섰죠. 반면 우리는 (물론 한일전이라고 하면 모든 종목의 대표선수들의 눈빛과 마음가짐이 달라집니다만) 기싸움에서 패하고 말았고, 결국 승부마저 일본에 내주고 말았습니다. 그것도 아주 철저하게 깨졌습니다.


이미 승부가 기울어졌을 때 인터넷 게시판을 몇 곳 둘러봤는데 김인식 대표팀 감독과 이번 대회에 불참한 김재박, 선동열, 김경문 감독, 박찬호, 이승엽 선수 등을 열심히 까는 이들도 여럿 볼 수 있었고, 이런저런 욕설을 하는 사람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 일본에게 이기면 더할 나위없이 짜릿하지만 항상 이길 수는 없는 법인데 승부욕이 과한게 아닌가 싶어요. 더군다나 패배의 원인이 저분들에게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생각을 바꿔봅시다. 불합리한 대회 규정으로 인해 지난 대회처럼 일본과 세 차례까지 맞붙을 수 있는 기회가 있을지 모릅니다. 당장 다음 경기 상대인 중국을 물리친다면 9일에 일본과 재대결을 가질 수 있는데요. 우리로서는 하루빨리 기운을 차리고 스스로에게 새롭게 동기를 부여한 후 투지를 불태우는 것이 우선이 아닐까 싶습니다. 1회 대회에서 일본이 우리에게 먼저 두 차례 패했지만, 준결승전을 잡은 후 결승에 진출해 우승까지 차지했던 것을 상기해볼 때, 우리가 일본과의 남은 맞대결을 모두 승리로 장식한다면 그게 더 기분좋은 일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오히려 이번의 패배를 기회로 삼는게 어떨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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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전에서도 빛난 '김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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